싱가포르 미인대회, 참가 기준 대폭 완화
성전환 수술 후 싱가포르 男과 결혼
"성공한 트랜스젠더 여성 될 것"
트랜스젠더 여성이 싱가포르 미인대회 역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3일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외신은 지난주 개최된 미스 유니버스 싱가포르(MUS) 선발대회 결승에 진출한 15명의 참가자 중 트랜스젠더 여성 '카트리샤 자이리아'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여성이 미인대회 결승에 진출한 것은 대회 70년 역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자이리아의 나이는 33살로, 패션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키 180㎝를 자랑한다. 그는 2017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싱가포르인 남편과 결혼했으며, 지난해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미스 인터내셔널 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자이리아는 "남편과는 20살 때 군복무를 함께하며 알게 됐다"며 "내가 소년에서 여성으로 변모하는 시간 동안 늘 내 곁에 있어 줬다"고 언급했다.
이어 "MUS는 내 삶, 투쟁, 실패, 두려움, 차별 등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트랜스젠더 여성이 되기 위한 꿈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인 무대에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며 "어쩌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첫 번째 트랜스젠더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2018년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한 최초의 트랜스젠더였던 미스 스페인 안젤라 폰세를 꼽기도 했다. 자이리아는 "안젤라가 트렌스젠더 여성을 대표해 무대에 선 걸 보고 눈물을 흘렸다"며 "그는 나에게 영감을 줬고, 더 많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미인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용기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미스 유니버스는 2012년부터 트랜스젠더들의 대회 참석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미스 유니버스 싱가포르 선발대회는 본래 18~28세의 독신 여성만이 참가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출전 자격을 크게 완화했다. 주최 측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대회의 가치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18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게 됐고, 기혼이거나 출산을 경험한 여성도 출전이 가능해졌다. 대회 측은 "출전 자격이 완화됨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은 여성이 지원했다"며 "최고령 지원자는 65세 여성"이라고 밝혔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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