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권 위기라는 것 알리기 위한 포석
검찰 수사 등 이슈 분산 효과도 노린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계엄령 준비설' 발언을 놓고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 상상에 기반을 둔 괴담 선동"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세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계엄' 주장은 '친명' 인사와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3일 라디오에서 "(계엄령 선포를) 당연히 의심할 수 있다. 아니면 아니라고 해명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갑자기, 왜 '계엄령'을 말하는 것일까. 우선 윤 대통령의 지난 광복절 경축사 발언에 주목한다. 윤 대통령은 현 정국을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야권을 향해 공세를 펼치기 위해 여권이 계엄령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바탕에는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동문 라인인 이른바 '충암파'가 국방·정보 분야에 포진했다는 것도 한 정황으로 거론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군사 정보라인의 충암파는 총 4명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 경호처장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 등도 충암고 출신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계엄령 준비설'을 언급한 데는 '실제 상황'보다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민주당 지도부가 실제 정보를 기반으로 윤 정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을 본격화할 경우, 정부가 대응 방안으로 계엄령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 정부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계엄설을 지속해서 주장하며 여론의 시선을 끌 경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의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정부가 실제 계엄령을 통해 탄핵 위기를 돌파하고, 국정 장악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이 이를 사전 봉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설명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주장대로 정부가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해 계엄령을 선포할 경우에는 국회 차원에서 이를 쉽게 해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0.1%의 가능성까지 경계하고 의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 이슈를 분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수사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자칫 당 전체로 옮겨붙을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선고가 오는 10월 예고된 만큼 악화 여론이 향후 재판 결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환경 관리' 차원이라는 얘기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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