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사업 경영핵심 립부탄
인력감축 계획 등에 반대 의견
거함 인텔 무너지는 신호탄 분석
립부 탄(Lip-Bu Tan) 전 인텔 이사의 사임은 반도체 시장에서 한때 거대한 존재로 군림했던 인텔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탄 이사는 2022년 9월 인텔에 합류한 지 약 2년 만인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사직을 내려놓았다. 그의 이탈은 인텔의 아성이 무너지는 신호탄이자,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불리는 탄 이사는 3대 반도체 설계 업체 중 하나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으며, 미국 벤처투자사 월든 인터내셔널의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인텔 이사로 합류했을 당시, 그는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중요한 경영과 기술적 노하우를 전달할 핵심 인물로 주목받았다. 또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일본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에도 능통해 인텔은 그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됐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주도해 2018년에 철수했던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뛰어들고, 2022년에 탄 이사를 영입한 일련의 과정들은 겔싱어 CEO가 탄 이사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인텔의 보수적인 ‘관료 문화’로 인해 회사와 탄 이사의 관계는 갈등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현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탄 이사는 비대해진 인력, 위험 회피 문화,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진 인공지능(AI) 전략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겔싱어 CEO와 이사진들과의 의견 차이로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탄 이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며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탄 이사는 인텔의 인력 감축 계획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적 이슈에만 몰두하는 중간 관리자들을 내보내는 ‘인적 쇄신’을 주장했지만, 인텔은 오히려 직원 약 15%를 해고하는 방향으로 인력 감축 계획을 확정했다. 탄 이사는 사임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사임은 다양한 약속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성에 따른 개인적인 결정이며 여전히 인텔의 중요한 업무를 지지한다"는 성명만을 발표했다.
탄 이사의 사임으로 인텔의 파운드리는 선장을 잃은 채 좌초의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인텔의 파운드리는 지난 2분기에 영업손실이 전분기 19억 달러에서 47% 증가한 28억 달러로 늘어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매출도 43억 달러에 그쳤다. 인텔은 이달 중순 이사회에서 사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파운드리 사업의 분할 또는 매각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인텔이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프로그래밍 칩 사업부의 매각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인텔은 반도체 관련 사업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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