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전과로 집행유예 누범기간 중 재차 범행
도피 중 연예인 팬미팅 티켓 판매 사기 행각
서울 노원구에서 7080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는 정이라씨(59·가명)는 올해 4월 초 신용카드 밴(VAN·결제대행사)사 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밴사 직원 고모씨(22)는 “지금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에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카드사 승인이 이뤄지려면 결제대금부터 입금해야 한다”고 겁을 줬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에 대해 잘 몰랐던 정씨는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내일 전산 오류가 해결되고 나면 다시 대금을 돌려주겠다”는 고씨의 말에 그날 매출금 전부를 송금했다.
그러나 다음 날이 돼도 고씨에게서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약속했던 대금도 입금되지 않았다. 정씨가 수차례 전화를 걸자 고씨는 “아직 전산 오류가 해결이 안 됐다”는 핑계를 댔다. 그렇게 며칠을 기다렸지만, 고씨는 정씨의 연락을 피하기만 했다. 카드사와 밴사에 문의를 했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아 정씨는 결국 고씨를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 노원경찰서 수사3팀은 고씨가 노원구뿐만 아니라 서울 중랑구와 경기도 구리 등지에서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고씨는 지난해에도 같은 수법으로 재판에 넘겨져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었다. 누범기간 중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고씨는 법원이 명령한 사회봉사도 이행하지 않아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경찰은 고씨가 이같은 수법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주 6명으로부터 적게는 91만5000원에서 많게는 2268만원까지 뜯어낸 사실을 파악하고, 마찬가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 파악에 나섰다. 고씨는 피해 가맹점 대부분이 서울 변두리 지역에 있는 소규모 업장이고, 업주들이 나이가 많은 여성들인 탓에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노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고씨는 자취를 감췄다. 경찰 추적이 이어졌지만, 소재 파악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씨는 경찰이 자신을 쫓고 있던 5월 중순부터 또다른 사기 행각을 펼치고 있었다.
고씨는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배우 변우석 팬미팅 티켓’을 판다는 글을 올려 연락이 온 피해자들에게 돈을 입금받은 뒤 연락을 끊었다. 야구 티켓이나, 테니스 라켓 등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물품들을 버젓이 올려놓고 무려 57명에게 사기를 친 것. 이 중고거래 사기 범행으로 고씨는 무려 3957만7000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고씨의 범죄 행각은 수사 착수 4개월 만에야 막을 내렸다. 사회봉사명령 불이행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올랐던 고씨는 검·경의 추적 끝에 지난 7일 부산에서 체포됐다. 결국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송치된 고씨는 재판을 앞두고 있다. 끈질긴 수사와 추적 끝에 고씨를 체포한 노원서 관계자는 “20대 초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기 행각이 다양하고 대담했다”면서도 “신용카드 밴사 영업사원들이 가맹점 매출 내역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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