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비상구 강제 개방해 날개 위 올라간 남성…"비행 중 전자담배도"

술을 주지 않는다며 승무원과 실랑이도
날개 위 달려 활주로로 갔다 경찰에 체포

여객기 비상구 문을 열고 날개 위로 올라간 남성이 호주 멜버른 공항에서 체포됐다.

제트스타 여객기.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이날 호주 연방 경찰이 멜버른 공항에서 안전 프로토콜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30대 남성 승객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향하던 제트스타 JQ507편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자 비상구 문을 강제로 열었다. 비상구 문이 열리자 비상 슬라이드가 자동으로 펼쳐졌고, 이 남성은 비상구를 빠져나와 날개 위를 걸어 다닌 혐의를 받는다. 이 남성은 이후 엔진을 타고 활주로로 내려갔다. 이런 모습은 승객 중 한 명이 창문 너머로 촬영한 영상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향하던 제트스타 JQ507편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자 비상구 문을 강제로 열고, 비상구를 빠져나와 날개 위를 걸어다니는 남성의 모습. 이 남성은 이후 엔진을 타고 활주로로 내려갔다. [이미지출처=7뉴스]

한 승객은 "비행기가 멈추자마자 남성은 비상구 쪽으로 돌진해 사람들을 밀쳐내고 비상구 문을 열었다"며 "승객들은 매우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라고 증언했다. 멜버른 공항 측 직원들이 남성을 먼저 붙잡아 가뒀고, 이후 호주 연방 경찰에게 연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멜버른 공항 측은 "우리 직원들의 대응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빠른 대처로 다른 승객이나 직원에게 별다른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소동을 일으킨 이 남성은 90분간의 비행 중에도 여러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과 같은 여객기에 탔던 한 승객은 "이 남성은 안전벨트 착용 신호를 무시했고, 승무원들이 계속 앉아있을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며 "또 비행 내내 전자담배를 피워댔으며, 술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승무원과 실랑이를 벌였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토대로 남성의 기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추후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한편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지면서 비행기에 실린 수하물을 내리는 작업이 지연돼 승객들은 착륙 후 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짐을 찾을 수 있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