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19조 투자
트럼프 당선 시 IRA 후퇴 우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2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로 인해 청정에너지 투자가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 지지 색이 짙은 남부 지역 위주로 IRA의 수혜를 봤다고 CNBC가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로듐 그룹에 따르면 2022년 8월 IRA에 서명한 이후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관련 제조업 투자는 890억달러(약 119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이는 2년 전 투자 규모(220억달러)의 약 4배 수준이다.
트레버 하우저 로듐 그룹 파트너는 "IRA는 제조 부문에서 혁신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새로운 제조 활동의 양은 최근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이며, 이는 주로 새로운 청정에너지 제조 시설 덕분"이라고 밝혔다.
IRA 통과 이후 청정에너지 기술 및 전기자동차 관련 약 271개 제조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비영리 환경단체 E2에 따르면 271개 프로젝트가 모두 완료되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우저 파트너는 IRA 투자가 특히 농촌 지역 사회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에 집중된 인공지능(AI), 기술 및 금융 분야 투자와 달리 청정에너지 투자는 농촌 지역에 집중돼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원천"이라고 밝혔다.
IRA 혜택의 상당 부분은 공화당 우세 주에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E2에 따르면 신규 프로젝트에 따른 IRA 투자의 약 85%가 공화당 주에 쏠렸다. 이에 따라 미국 정치 역학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IRA가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약 999만원) 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또 청정에너지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화석 연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은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청정에너지 투자, 생산, 제조 관련 세액 공제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최대 친환경 유틸리티 업체 넥스트에라에너지의 존 케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IRA 내에서 청정에너지 크레딧을 수용하는 공화당 의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들은 주와 지역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 초 공화당 의원 18명이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에게 IRA 에너지 세액 공제 폐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미 시작된 투자에 사용된 에너지 세액 공제를 조기 폐지하면 민간 투자를 저해하고 진행 중인 개발을 중단시킨다"며 "완전히 폐지한다면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낭비하고도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CNBC는 "이 같은 투자의 미래는 미국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공화당의 승리 가능성은 IRA가 약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일부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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