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 공식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DNC)가 19일(현지시간)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출정식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첫날 황금시간대 연사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나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싣는다.
이날 저녁 6시15분께부터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민주당은 나흘간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각각 자당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추인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한 사실상의 출정식이자 대관식인 셈이다.
'국민을 위해'를 주제로 내세운 첫날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황금시간대에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연설이다. 당초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첫 TV토론 이후 자신을 둘러싼 고령 논란이 거세지자, 7월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물러나는 용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횃불을 넘기는 의미 있는 순간으로 해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주말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머무르며 연설문 작성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이날 연설이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과거 재선 도전을 포기했던 현직 대통령이었던 린든 존슨의 경우 1968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불참했다는 점을 짚으면서 이날 연설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횃불을 넘기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8시께 비욘세의 '프리덤'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행사장에 등장한 해리스 부통령은 짧은 인사를 통해 "이번 주는 정말 좋은 주가 될 것"이라며 "오늘 밤 늦게 연설할, 우리의 놀라운 바이든 대통령을 축하하며 시작하고 싶다. 당신의 역사적 리더십, 우리나라에 대한 평생의 봉사, 앞으로 계속 해줄 모든 일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수락 연설이 예정된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 내내 모습을 비친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유세 일정 등으로 인해 민주당 전당대회 4일 내내 행사장에 참여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 완주를 포기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에 감사를 표하고 그에 대한 경의와 존중을 표하기 위해 이날만은 참석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날 밤은 새로운 민주당 전당대회의 시작이다. 가장 큰 목표는 해리스의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추인은 지난 수십년간 민주당을 이끌어온 세대에서의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면서 민주당이 강조하는 다양성, 진보의 주제가 확인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외에 이날 주목할만한 연사는 클린턴 전 장관이다. 2016년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도전 이후 유리천장에 얼마나 많은 금이 갔는지, 유리천장이 깨진 뒤 우리가 무엇을 보게 될 지 등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측은 클린턴 전 장관이 해리스 부통령이 우리를 이끌어갈 인격, 경험, 비전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후보자들만을 보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해리스의 대선 승리 시 최초의 흑인 여성, 인도계 대통령으로서 인종, 성적 장벽을 무너뜨릴 것임을 고려한 연사 라인업"이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을 주목했다.
클린턴 전 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잠시 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질 바이든 여사, 부통령 후보군에 올랐던 앤디 베샤 켄터키 주지사 등도 이날 연단에 서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촉구한다.
이밖에 전당대회 둘째 날인 20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셋째 날에는 부통령 후보인 월즈 주지사가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선다. 같은 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도 연단에 선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대 마지막 날인 22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집권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