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에 바로 넣었다고 하라" 위증 지시도
범행 이유론 "잘 하는 걸 보여주려"…'의문'
태권도장 3세 아동 사망 사건 가해자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은폐하는 등 죄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점이 드러났다.
이비인후과에서 심폐소생술 받는 동안 CCTV 삭제한 관장…위증 지시도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장난 뒤에 감춘 관장님의 비밀-태권도장 3세 아동 사망사건'을 통해 태권도장에서 의식 불명에 빠졌다가 결국 숨진 3세 아동의 죽음과 관련한 사건의 전말을 전했다.
지난 7월 12일 오후 7시 37분께 경기도 양주시의 한 이비인후과로 바로 위층 태권도장 박 모 관장이 아이를 안고 뛰어 들어왔다. 박관장은 의사에게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의사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쓰러진 아이는 3세 이안(가명)군이었다. 아이가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심폐소생술을 받던 그때, 박관장은 태권도장으로 돌아와 CCTV 영상을 삭제했다. 그리곤 A 사범에게 "나 감옥 간다. 아이들에게 말 잘해라"라며 "내가 아이를 거꾸로 넣은 게 아니라 바로 넣었다고 말해라"라고 지시했다.
사고 당시는 성인 남성도 2분여 만에 "꺼내달라"하는 극한 상황…다른 아이들도 아동학대 정황 증언
이안군은 돌돌 말은 매트 사이에 거꾸로 끼인 채 방치됐다가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박관장은 아동학대는 없었으며, 고의로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이들은 매트에 끼워지는 등 폭행당한 정황에 대해 털어놨다. 이안군과 친했다는 4살 B군은 심리상담에서 박관장이 무섭다고 언급했다고 전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아이가 매트 사이에 방치됐던 상황을 재연해보기도 했다. 매트 안에 거꾸로 들어간 성인 남성 참가자는 2분 26초 만에 꺼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참가자는 "호흡을 하려고 노력해도 숨 쉴 틈조차 없는 느낌이었다"라고 증언했다.
"CCTV 왜 지웠나. 매트에는 왜 넣었나"…"겁나서.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안군의 엄마는 수감 중인 관장을 찾아 CCTV를 지운 이유에 관해 물었다. 관장은 "겁이 나서 그랬다"라고 답했다. 아이를 매트에 거꾸로 넣은 이유를 묻는 말엔 "죄송하다.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안군의 엄마는 "납득이 안 된다"며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만 한다. 도대체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거냐"라고 분노했다.
한편 박관장은 지난 7일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첫 재판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40분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오창섭 부장)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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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관장은 태권도장에서 매트를 말아놓고 이안군을 거꾸로 넣은 채 20분 이상 방치했다. 이 일로 이안군은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11일 동안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지난달 23일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목격자들은 이안군이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라고 외쳤지만, 박관장이 계속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박 관장은 사고 당시부터 "장난으로 그랬다"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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