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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시진핑이 닝샤로 가는 까닭은

시계아이콘02분 28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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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와인 성지…'마법의 위도' 황금지대
시진핑 임기 中 세번이나 다녀가며 관심
대표적인 빈곤지역에서 '럭셔리 관광' 중심지로

"과거 광업에 종사할 때와 비교해 수입은 턱없이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광산이 아니라, 이제는 '녹수청산 금산은산(綠水靑山 金山銀山·맑고 깨끗한 산과 물이 귀중한 자산이다)'의 이념을 실현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얼마를 버느냐보다, 얼마나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방문한 중국 서북부 닝샤 후이족자치구 성도인 인촨의 허둥 와이너리. 이곳의 궁제 사장은 와이너리 경영을 통한 수입에 대해 묻자 뜻밖에 웅장한 얘기를 던지며 포도밭으로 기자단을 안내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법한 여섯량짜리 트레인을 타고 몽골 게르 식당과 열차 호텔을 지나 3분여 달려 이동하자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야생으로 자라 수령이 100년을 훌쩍 넘겼다는 '백 년 덩굴(百年老藤)' 포도다. 정확한 품종조차 확인되지 않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아 1500㎖ 한 병에 8만위안(약 1519만원)에 판매되는 고가 와인이 이 포도로 만들어진다.


[베이징 다이어리] 시진핑이 닝샤로 가는 까닭은 중국 서북부 닝샤 후이족자치구 성도인 인촨의 허둥 와이너리. 이 곳의 궁제 사장이 자연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을 개봉하고 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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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위도'에서 길어 올린 '보랏빛 황금'

인촨의 허란산 동부 산기슭은 프랑스 보르도와 같은 '마법의 위도', 북위 38도 해발고도 1000m에 위치한 지역이다. 연간 3000시간의 풍부한 일조량에 큰 일교차, 연평균 200㎜의 적은 강수량으로 와인 생산엔 황금 지대나 다름없다. 모래와 자갈이 40%, 점토와 석회질이 60% 수준인 토양도 포도 재배에 최적이다.


이 같은 천혜의 환경 덕에 닝샤 현지에 운영되고 있는 와이너리는 130여곳으로, 연간 와인 생산량이 중국 전역치의 50%가량인 1억4000만병에 달한다. 닝샤산(産) 와인은 그 품질도 인정받는 추세다. 지난해 베를린 와인 그랑프리에서 3개의 금메달을 수상하고 60여 개 국제 와인 대회의 수상 기록을 세웠다.


닝샤 지역 와이너리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저마다 뚜렷한 특색을 지녀 관광 자원으로서의 활용도가 높다. 4A급 관광지 4곳을 포함해 14개의 A급 관광 명소가 있다. 3000에이커(약 12㎢) 규모의 대형 농장인 허둥 와이너리뿐 아니라 칭화대 출신의 건축가가 와이너리 옆에 독채형 빌라 숙소를 지어 운치 있는 관광지로 유명한 샤무 와이너리, 3대째 가업을 이어 와이너리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화하오 등 개성 강한 와이너리가 관광객들 저마다의 구미를 맞춘다.


최근 중국 현지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별들의 고향(星星的故鄕)'에서 이곳의 와인 산업이 닝샤의 '보라색 명함'으로 거듭났는지를 세세하게 다룬 덕에 최근엔 찾는 관광객이 더 늘었다. 지난해 와이너리 투어에 연인원 300만명이 다녀갔고, 씨트립 데이터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이 시작된 지난 5월 닝샤 와이너리 투어 상품은 전월 대비 53% 급증했다고 한다.


[베이징 다이어리] 시진핑이 닝샤로 가는 까닭은

시 주석은 왜 닝샤를 유독 자주 갈까

닝샤는 시진핑 주석이 각별히 관심을 가지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시 주석은 2016년, 2020년에 이어 올해 6월까지 4년 간격으로 임기 동안 세 차례나 공식 일정으로 닝샤를 찾았다. 이에 앞서 푸젠성 부서기 시절이던 1997년에도 닝샤 남부의 시하이구를 둘러보고 "그곳은 정말 가난했다. 집에 값나가는 물건은 하나도 없고, 어느 집은 온 식구가 바지 두세벌로 버티고 있었다"고 말한 기록이 있다. 2020년의 경우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직후 첫 시찰 지역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그가 닝샤를 '특별한 지역'으로 점찍고, 여러 차례 찾는 것은 이곳이 시 주석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장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닝샤 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닝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8%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GDP 규모는 2541억6700만위안으로 전체 국가 경제(61조6836억위안)의 0.4%를 조금 웃도는 수치지만, 3차 산업(1246억9700만위안)의 부가가치가 1차(약 110억1900만위안)·2차(약 1184억5100만위안)를 압도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때 광공업과 방직으로 생계를 연명하던 닝샤에서 현재 최대 경제력은 와이너리가 모여있는 인촨시(1312억3600만위안·51.63%)에서 나온다. 본인이 이 과정에서 기여한 바도 있다. 1997년 닝샤 방문 이후 푸젠성과 합작으로 영도소조를 만들어 직접 팀장을 맡고 맞춤형 빈곤 지원 업무를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와인은 국가 경제 규모가 일정 궤도에 올랐을 때 성숙되는 시장이다. 닝샤가 서방 국가들이 쥐고 흔드는 와인 분야에서 '굴기'를 언급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아마도 시 주석을 뿌듯하게 했을 터. 실제 관찰한 와이너리와 인근 호텔들이 높은 완성도와 세련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해 4월 구대륙 와인의 왕좌에 있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닝샤에서 생산된 와인 6병짜리 선물상자를 건넨 것을 보면 와인 맛에도 퍽 자신이 있어 보인다.


궁제 사장이 언급한 '녹수청산 금산은산'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이라는 점도 다른 도시와 비교되는 닝샤의 특장점이다. 중국의 친환경 관광산업 이념을 상징하는 이 말은, 시 주석이 탄소제로 목표 등을 얘기하며 항상 함께 언급해 중국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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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닝샤는 정치적으로도 '소수민족 자치구'라는 함의가 있다. 이곳은 후이주(회족)가 730만 자치구 인구 중 35%를 차지하는 소수민족 자치구다. 안팎으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지역인데, 와인이라는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알아서 성장하고 있다. 주머니가 점차 두둑해지니 민심 이반의 걱정이 덜하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닝샤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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