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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볼가는 러시아의 '어머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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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르·키이우 루스 거쳐 모스크바 공국으로
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물리치며 진격
댐·발전소 무분별 개발…카스피해 수위 줄어

볼가강은 모스크바 북서쪽 트베르주의 발다이 언덕에서 발원해 카스피해까지 3530㎞를 흐른다.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이다. 볼가는 슬라브어로 ‘젖음’ ‘습기’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인류의 주요 문명이 큰 강에서 시작했듯, 러시아 역사에서 볼가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의 시인 겸 영화감독 예브게니 예브투센코(1933~2017)는 ‘우리는 러시아인, 우리는 볼가의 자식들이라네’라고 노래하기까지 했다.


자넷 M 하틀리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명예교수는 ‘위대한 볼가강(원제: The Volga: A History of Russia’s Greatest River)’에서 볼가강을 중심으로 7세기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역사를 집대성해 보여준다. 하틀리 교수는 러시아와 동유럽의 역사를 주로 연구했다. ‘위대한 볼가강’은 2021년 2월 출간됐고 그해 파이낸셜타임스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위대한 볼가강’도 650년경부터 10세기 말까지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카자흐스탄에 걸친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하자르’라는 이름의 제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자르는 볼가강을 중심으로 번성했다. 볼가강은 하자르 영토의 중간을 가로질러 카스피해로 흘렀다. 하자르의 수도 ‘이틸’은 볼가강이 카스피해로 합류하는 삼각주 지역에 세워진 도시였다. 이틸은 튀르키어로 ‘큰 강’이라는 뜻이다.


하틀리 교수는 하자르를 서쪽의 비잔틴 제국과 남쪽의 이슬람 국가 사이에 놓인 완충지대였으며 종교와 민족이 다양했다고 설명한다. "동쪽은 상인들 거주지였는데 종교가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이교로 다양했고 출신지도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비잔티움, 볼가 불가리아, 키이우 루스, 그리고 현재의 유럽 러시아 북부 등 제각각이었다."

[이 책 어때]볼가는 러시아의 '어머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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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르는 10세기 말 키이우 루스의 침략을 받고 멸망했다. 키이우 루스는 오늘날 동슬라브족 국가인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가 모두 자신들 국가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나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키이우 루스를 둘러싼 정통성 논란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의 한 원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키이우 루스는 13세기 몽골의 침략을 받아 멸망하고 수많은 제후국으로 갈라졌다. 제후국 중 가장 크게 성장한 곳이 모스크바 공국(1283~1547)이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공국을 내세워 자신들이 키이우 루스의 정통성을 승계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모스크바 공국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러시아의 출발점이다. 모스크바 공국의 국호는 루스 차르국(1547~1721)과 러시아 제국(1721~1917)을 거쳐 2차 세계대전 중 일어난 혁명으로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러시아로 바뀐다. 하틀리 교수도 모스크바 공국이 곧 러시아라고 설명한다.


모스크바 공국은 처음에 몽골 킵차크 한국의 속국으로 조공을 바치는 신세였으나 차츰 힘을 키워 몽골 세력을 몰아냈고, 볼가강을 따라 카잔, 아스트라한을 정복하면서 영토를 넓혔다. 하틀리 교수는 모스크바 공국이 이반 4세가 재위하던 시절 카잔과 아스트라한을 정복하면서 다민족, 다종교 제국이 됐다고 설명한다. 모스크바 공국이 오늘날 러시아의 출발점인 만큼 하틀리 교수는 모스크바 공국 이후 러시아가 어떤 통치 방식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긴 역사의 기틀을 마련했는지 상세히 살핀다.


통치 방식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농노제다. 러시아 차르는 귀족 지주가 군에 복무할 경우 그에 대한 대가로 토지를 하사했다. 하지만 지주들은 군에 복무해야 했기 때문에 토지를 경작할 수 없었고 이에 차르를 압박해 농민을 지주에게 구속시키는 농노제를 1649년 법제화했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 중 가장 늦은 1861년까지 농노제를 유지했고 이는 러시아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뒤처지는 원인이 됐다.


현대에 들어서도 볼가강은 여전히 러시아인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을 독려하는 전시 포스터에는 ‘어머니 볼가를 지키자’라는 문구와 함께 소련군이 전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군은 볼가강을 따라 형성된 산업도시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을 물리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하트만 교수는 마지막 장에서 오늘날 볼가강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미국과의 달 탐사 경쟁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 때부터 과학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트만 교수는 러시아에서 이러한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는 과학이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은 러시아가 산업 성장을 목표로 볼가강 주변에 댐과 수력발전소를 대규모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환경적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원인이 됐다. 이에 오늘날 볼가강에서 환경 파괴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하트만 교수는 지적한다.


일례로 무분별한 댐과 수력 발전소의 건설은 볼가강 수위와 흐름에 영향을 줬다. 오늘날 볼가강에서 물이 자유롭게 흐르는 구간은 크게 줄었으며 이 때문에 볼가강이 발원해 카스피해까지 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거 50일에서 현재 180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카스피해의 수위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카스피해의 생태계를 변화시켰고, 고급 캐비어를 얻을 수 있는 벨루가 철갑상어의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하트만 교수에 따르면 1960~1961년 스탈린그라드에 볼가댐이 완공된 직후 벨루가 철갑상어의 어획량이 약 80% 급감했으며 지금도 계속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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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볼가강 | 자넷 M 하틀리 지음 | 이상원 옮김 | 594쪽 | 2만2000원 | 북스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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