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주, 실적 좋아졌는데 주가는 뒷걸음질
쏠림현상 심해지면서 장기투자 난이도 상승
상반기 실적 시즌을 맞아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셀온(호재가 나왔을 때 매도하는 것) 현상에 눈물 흘리는 개미가 늘고 있다.
올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국내 증시에서 'K-뷰티'와 'K-푸드'가 유행처럼 번졌다. 실리콘투와 삼양식품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공개하면서 관련 업종은 주도 업종으로 주목받았다. 미국에서 국산 브랜드 화장품과 불닭볶음면, 냉동김밥 등이 없어서 못 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 투자가도 관련 주식을 사 모았다.
국내 증권사 화장품과 음식료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앞다퉈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실리콘투 주가는 한달여 만에 1분기 실적 발표 직전 대비 240% 올랐다. 1만5000원 선에 머물던 주가는 5만원을 돌파했다. 삼양식품 주가도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100%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음식료품 업종 지수는 30%가량 올랐다. 코스피는 0.4% 오르는 데 그쳤다.
계절이 지나는 동안에도 해외에서 K-뷰티와 K-푸드 인기는 여전했고 투자자들은 화장품과 음식료 업체 실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리콘투는 올 2분기에 매출액 1814억원, 영업이익 389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2%, 275%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193억원 대비로도 101% 증가했다.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5% 가까이 내렸다.
앞서 브이티는 12일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131% 늘었다. 화장품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실적 발표 다음 날 브이티 주가는 11% 하락했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은 브이티 주식을 183억원어치 사들였다. 평가손실률 10%를 기록했다.
화장품 업종 가운데 가장 큰형 격인 아모레퍼시픽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공개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695억원의 6% 수준인 42억원에 불과했다. 이튿날 주가는 25% 급락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분기 실적 발표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41.7% 하락했다. 최근 한 달 동안 1445억원어치 사들인 개인은 원금 대비 16%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 시장을 주도한 화장품 업종에 투자한 개인은 2분기 실적 발표 후 추가 상승을 기대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요 화장품 업종 주가가 하락한 것을 저가 매수 기회로 여겼다. 뚜껑을 열고 나니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이차전지 업종에 투자해 적지 않은 수익을 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지난해 이차전지 업종 급등 이후 국내 증시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 침체 전망 사이에서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서학 개미의 해외 투자 금액이 늘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은 여전하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1.3% 하락하는 동안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5.5%, 18.3% 상승했다.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이 이어질수록 상장사의 자금 조달 기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금융투자세 도입을 미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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