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라면시장 세계 3위…성장률은 최고
K-라면, 매운맛 현지화로 시장 공략
미투 제품 출시에는 제품력·채널 확대로 대응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에서 'K-라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매운맛에 대한 선호가 높은 인도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맵기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맛으로 다양한 계층의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라면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현지의 미투 제품도 출시도 잇따르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제품력과 유통채널 확대를 통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닐슨 IQ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내 한국라면 판매액은 6억5000만 루피(약 11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약 2000만 루피(약 3억원)에서 2년 만에 3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한국라면의 판매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해 이 기간 인도 인스턴트 라면시장 성장률 10%를 크게 웃돌았다.
인도는 최근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라면시장으로 꼽힌다. 세계 인스턴트 국수 협회(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은 약 86억8000만개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이는 베트남과 일본, 미국보다 높은 수치이며, 매년 소비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한국 라면의 신규 수출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라면 소비량은 2020년 이후 최근 3년 새 29.0% 증가하며 중국(-9.0%)과 인도네시아(15.0%), 베트남(15.6%) 등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인도 라면시장은 도시화와 이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를 토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직장인과 학생들은 식사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만큼 적은 시간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역시 음식 가격에 민감한 인도 시장에서 다양한 계층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국내 업체를 비롯한 주요 라면 제조업체들이 인도인들의 입맛에 맞게 라면 맛에 변화를 준 것도 인기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 소비자들은 맵고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선호하는데, 일부 인스턴트 라면 제조업체들은 마살라, 카레 및 다양한 지역 향신료와 같은 현지의 맛을 가미해 인도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맞춤화는 현지 수요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라면은 매운맛과 풍부하고 짭짤한 국물이 기존 인도시장 내 인스턴트 라면과 다른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농심과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제조사에선 매운 음식을 즐기는 인도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맵기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경우 매출 비중에서도 가장 매운맛인 '핵불닭볶음면'의 판매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은 인도시장에서 최근 4년간 연평균 18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에서도 '한류'의 영향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라면이 인도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식 라면의 미투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팔기 시작한 네슬레의 '마기(Maggi)'는 'BBQ 치킨'과 'BBQ 채소' 두 가지 맛의 한국식 라면을 출시하며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마기는 인도의 유명 배우 쿠시 카푸르(Khushi Kapoor)가 등장하는 '불과 욕망(fire bhi, desire bhi)'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한국식 라면 홍보에도 공격적이다.
국내 업체들도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양식품은 하이퍼마켓과 편의점 등 현대식 유통채널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해당 채널에 대한 유통력을 강화하고, 온라인 시장 입점과 판촉 활동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마기 외 현지의 중소 제조사에서도 유사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현지에서 생산되는 미투 제품이 한국 제품의 품질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한국의 '불닭볶음면'이라는 브랜드의 정통성을 더욱 강조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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