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글로벌 기업, 美 규제 우회로 찾아"
미국 정부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인공지능(AI) 칩이 밀수 등을 통해 중국으로 계속 유입돼 대중 수출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선전의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대중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 등의 AI 반도체가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다. 한 판매업자는 2주 내 배송이 가능하다고 했고, 또 다른 판매업자는 최근 엔비디아가 만든 첨단 반도체를 대거 탑재한 대량 서버를 중국 본토로 배송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해 신규 거래선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의 AI 서버 제조사 중 하나인 이 기업은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력사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 역시 밀수업자들의 암거래 시장, 밀실 거래, 허위 선적 라벨 부착 등을 통한 AI 반도체 유입을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자사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려고 대안을 모색 중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의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 판매길이 막혀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수출이 막힌 틈을 타 자국 내 판매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점도 미 기업들의 불만 중 하나다.
신문은 85명의 전현직 미국 정부 당국자, 업계 전문가, 중국 기업 관계자와 인터뷰 한 결과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이를 우회함으로써 규제에 구멍이 뚫렸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AI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고,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기업 수백 곳을 규제 명단에 추가했다. 하지만 중국이 규제를 피해가며 집행에 한계를 노출했고, 중국의 기술 자립만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상황이다.
이에 미 정부 역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법 집행기관, 정보기관, 동맹국과 협력해 구멍을 찾고, 이를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제재에도 중국에서 엔비디아 반도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 기술이 국방 연구를 위해 쓰인 사례도 발견됐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의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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