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불만 표출…기괴한 행동 유행
청년들 중국 경제 둔화에 환멸 느껴
중국의 청년층에서 새 흉내를 내거나 잠옷을 입고 출근하는 등 기행이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는 행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새 흉내’가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들은 큰 사이즈의 티셔츠 차림에 다리를 숨기고, 두 팔은 티셔츠 소매가 아닌 아래로 빼서 침대 난간을 잡아 마치 새 발톱처럼 보이게 한다.
중국 북부 산시성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자오웨이샹(22)씨는 자신이 새 모양으로 전봇대 위에 걸터앉은 합성사진을 SNS에 올리며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새가 되자’라는 자막을 넣었다. 그는 “어느 날 수업 도중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들의 자유가 부러웠다”고 설명했다.
NYT는 대학생들이 주로 학업이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표출하기 위해 이런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탕핑(?平)’ 풍조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탕핑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청년층의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자 2021년쯤부터 등장한 신조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용어를 대세가 결정된 가운데 어떤 개인의 노력도 통하지 않아 자포자기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뜻하는 단어로 활용하고 있다.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사회인류학연구소 소장은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말을 들어온 많은 중국 청년이 중국 경제 둔화로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잠옷을 여러 겹 껴입는 등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출근하는 문화도 확산했다. 외신은 이같은 현상 역시 적은 급여와 잦은 초과 근무에 대한 불만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샹 소장은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됐을 때 경기 침체의 희생자가 됐다”면서 “그들은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가’라고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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