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국 저출생 원인 분석
"청년들 이기심 때문 아니야"
합계출산율 '1.62명'…최저치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젊은 세대의 이기심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에 있다.” 미국의 저출산을 두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이같이 진단했다. NYT는 이날 ‘많은 미국인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기사를 통해 출산율 감소 원인을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62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물론 한국(0.72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지만, 전문가들은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마지노선인 2.1명에 못 미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미국 출산율 감소세는 경제 상황이 개선된 뒤에도 쉽게 반등하지 않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저출산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매리 브린튼은 “미국 청년들에겐 가족을 향한 헌신이 부족하지 않다”며 “저출산은 지극히 사회적이고 정책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의 원인을 개인과 세대의 특성으로 좁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보육료와 대출금리 인상 등 경제적 요인이 출산과 양육을 미루거나 단념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인구학자인 카렌 벤저민 구조 박사는 “아이를 갖기 전 집을 사고 학자금 대출을 갚는 등 경제적 이정표에 먼저 도달하고 싶어 하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의 특징”이라며 “그 후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저출산에 영향을 준다.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판단해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네덜란드 사회학자들이 수행한 연구에서 미래 세대의 앞날이 지금보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박사는 “기후 위기, 총기사고, 전 세계적 감염병 등 여러 요인이 미국 젊은이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며 “경제 및 복지 시스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현상이 여러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사라 헤이포드 인구연구소장은 “이제 미국에서 출산은 ‘선택’이 됐다”며 “자녀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면 부모가 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 조사에서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미국인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5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가 지난해 8월 7일부터 27일까지 자녀가 없는 미국의 50세 미만 성인 7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언제까지라도 아이를 가질 것 같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진행한 조사보다 10%포인트, 2021년 조사보다 3%포인트 늘어난 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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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말한 응답자들은 그런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중복응답)에 대해 '그저 아이를 갖길 원치 않는다'(57%)고 답했다. 이어 '다른 일들에 집중하고 싶다(44%)', '세계 상황에 대한 우려(38%)', '자녀 양육비를 감당 못 하는 형편(36%)' 등의 답이 나왔다. 반면, 난임이나 다른 의학적 이유를 꼽은 응답자는 13%에 불과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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