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 개소식
"실패 가능성 높지만 파급효과 큰 연구 지원"
실패하더라도 성실히 했다면 불이익 없어
3개 프로젝트 발표…연내 10개까지 도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실패 가능성은 높지만 파급효과가 큰 고위험, 고수익 연구에 도전적으로 수행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의료의 혁신을 위한 도전과 기회가 공존한다."(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고령화, 필수의료 위기 등 각종 보건 이슈들이 국가 안보의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정부에서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 '도전 혁신형' 연구개발(R&D)을 내건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추진단(이하 추진단)'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추진단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열고 첫 프로젝트 신규 사업을 발표했다. 한국형 ARPA-H는 미국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벤치마킹한 시스템이다. ▲보건 안보 확립 ▲미정복 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확보 ▲복지·돌봄 개선 ▲필수 의료 지역완결체계 구축이라는 5대 임무를 내걸고 이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R&D 지원에 나선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형 ARPA-H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 바이오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 단추"라며 "앞으로 사장되는 연구가 아니라 국민 건강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연구,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연구를 대폭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ARPA-H의 핵심은 도전 혁신성을 가진 난제에 대한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한 지원이다. 이를 위해 관료제를 최소화하고 프로젝트 관리자(PM)를 중심으로 연구과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PM이 문제 발굴부터 사전기획, 과제 선정·관리까지 전 주기를 책임지면서 통합적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게 된다.
평가 지표도 일반적인 과제와 달리 성공·실패를 구분 짓는 평가등급을 폐지한다. 성패를 제외한 정성지표를 평가해 실패하더라도 성실히 과제를 수행했다면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기존에는 평가에 따라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상황이 생기면서 '안전한' 연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형 ARPA-H는 전문가가 직접 PM을 맡아 임무를 중심으로 과제를 극복하고 실패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개소식에서는 추진단에서 해결해나갈 세부 과제도 처음 공개됐다. 보건 안보 분야에서는 백신 초장기 비축기술 개발과 백신 탈집중화 생산시스템 구축이, 복지·돌봄 분야에서는 근감소증 멀티모달 치료기술 개발이 제시됐다. 선경 추진단장은 "프로젝트, 논문(publication), 특허(patent)를 활용한 3P 분석을 통해 도전적 문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며 "올해 안으로 총 10개 프로젝트를 도출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백신 초장기 비축 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3년 수준에 불과한 백신 보관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걸 목표로 한다. 백신은 보관기간이 제한적인 데 비해 언제 어떤 전염병이 생겨 백신이 필요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비축용 백신을 생산했다가 보관기간이 지나 폐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관기간을 늘림으로써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또 백신 탈집중화 생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백신이 필요한 지역에 적시에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소규모·이동형 백신 생산 모듈을 개발·보급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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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 멀티모달 치료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감소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의 근감소증 문제가 건강수명 단축의 주요 원인으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근육량 증가를 넘어 양적·질적 기능을 동시에 향상하는 근본적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신규 바이오마커, 치료제, 디지털 의료제품 등 다양한 기술을 동원할 계획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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