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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SK·두산 '리밸런싱'에 소환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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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 두고 논란지속, 국민연금 '역할론' 목소리
'삼성물산 트라우마' 국민연금, 수책위에서 결정할듯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하면 합병 무산 가능성도

SK그룹과 두산그룹이 각각 리밸런싱(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자회사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정치권까지 불똥이 튀는 등 합병을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각 그룹의 합병 대상 자회사 지배력이 높지 않아 '오너가'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8월27일,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9월25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각각 SK이노베이션과 SK E&S,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안을 처리하기 위한 주총이다. 합병은 특별결의가 필요한 안건이기 때문에 주총 참석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합병비율 말도 안 돼" 국민연금 역할론 목소리
[Why&Next]SK·두산 '리밸런싱'에 소환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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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의 대주주인 두산의 지분율은 68.19%, 두산밥캣의 대주주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율은 46.08%로 상당히 높다.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비상장 회사인 SK E&S 역시 SK지주의 지분율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문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SK이노베이션이다. 각각 대주주의 지분율이 30.67%, 36.25%로 지배력이 높지 않은 편이다. 둘 다 외국인 비중이 약 20%다. 나머지 소액주주들도 합병 비율이 대주주에 유리하게, 소액주주에 불리하게 산정됐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대 1.19,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1대 0.63이다.


지분구조로만 보면 합병안 통과가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 여론도 싸늘하다. 특히 두산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국회에서는 '두산밥캣 방지법'이 발의됐으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합병비율 조항을 악용한 저평가 우량회사(두산밥캣)와 고평가 테마주(두산로보틱스)의 주식교환"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지침(스튜어드십코드)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과 두산에너빌리티 모두 2대 주주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6.85%, SK이노베이션은 6.28%를 보유 중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하면 합병무산 가능
[Why&Next]SK·두산 '리밸런싱'에 소환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합병비율로 논란이 있었던 2015년 삼성물산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69%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당시 약 11%의 지분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의 찬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합병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찬성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이 사태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합병 후폭풍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합병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돌려받기 위해 올해 중으로 합병 관련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손해 규모는 최소 5200억원, 최대 67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은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이번 합병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하지만 판단이 어렵거나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수책위가 의결권을 결정한다. 수책위는 스튜어드십코드 실행을 위해 기금운용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 산하에 설치한 전문위원회다.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한 위원, 전문가 단체 추천 위원 3명 등 총 9인으로 구성된다. 국민연금 운용역 출신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자체 결정이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수책위로 넘어갈 것이라고 본다"며 "예전 SK C&C와 SK 합병 당시에도 반대한 전력이 있는 만큼 연금의 찬성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민연금 주주권행사팀장을 역임한 법무법인 율촌의 문성 변호사는 "의결권 행사 전에 먼저 목적과 합병비율을 따져볼 것이고 최대주주에 유리하고 소액주주에 불리한 이 타이밍에 왜 합병을 결정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 3가지 쟁점을 사측이 적절하게 소명하지 못한다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의결권 행사 시점에 사측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시세가 너무 낮을 경우 연금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기권하는 선택지다. 이렇게 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국민연금의 보유 규모가 약 9000억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6000억원)를 웃돌게 되면서 합병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합병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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