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직역 권리·이익만 대변하면 문제 발생
보건의료인력 전체 지원 방향 논의해야
국회가 간호법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사단체가 특정 직역의 권리와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보건의료인 전체가 공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을 논의했다. 이날 소위 테이블에 오른 건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과 강선우·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간호법' 등이다. 여야 모두 당론으로 채택하며 간호법 통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소위에서도 간호법 존폐가 아닌 'PA 간호사 자격'과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등 구체적인 방안이 쟁점으로 거론됐을 뿐이다.
앞서 간호법은 21대 국회였던 지난해 4월 민주당 의결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의료계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이 지난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반발했다. 일례로 지난해 법안에서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라는 조항에서 지역사회가 '학교·산업현장·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바뀐 것 등이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개방적·예시적 열거의 방식으로 문구를 수정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폐기된 과거의 간호법에 대한 비판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특히 간호법 논의 본격화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에 대한 보복성 행보라고도 주장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제기했던 직역 간 과도한 갈등 등과 같은 문제점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여야 할 것 없이 정부까지 입장을 180도 선회해 가며 간호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의사들에 대한 보복성 행보이자 그 직분을 망각한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간호법이 특정 직역의 권리와 이익만을 대변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간호사 활동영역 무한 확장 ▲간호사에 의한 불법의료행위 조장 ▲헌법상 포괄위임 금지원칙 위배 ▲법률간 충돌 야기 ▲전문간호사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허용 ▲간호사들에 의한 불법 의료기관 개설 조장 ▲간호인력 수급의 급격한 왜곡 초래 등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간호 직역 업무가 확장돼 여타 보건의료 직역과의 업무 중복이 일어나게 되면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간호법 반대 의사를 밝힌 건 의협만이 아니다. 각 직역을 대표하는 14개 보건의료단체가 의협과 연대해 간호법 폐기에 나선 바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인 및 의료기사 등 직역별로 독립적인 법률을 제정해 직역별 업무 범위나 권한 등을 개별법으로 규정할 경우, 각 직역에서는 개별법을 근거로 해당 직역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불리한 내용을 배제하기 위한 입법추진례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직역 간의 업무 범위가 중첩되거나 제한된 요건이 삭제돼 독자적 업무수행으로 인해 향후 의료인 간 또는 의료기사 간, 의료인-의료기사 간에 개별법 간 상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지고 상호 충돌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이 더욱 증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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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대부분의 보건의료직역이 간호법을 반대하는 가운데 보건의료인이 공생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관계자는 "간호사만을 지원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법 및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을 통해 보건의료인력 전체를 지원하고 그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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