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수출했던 APR1400 파생 노형
유럽 기술기준 인증 취득…수출 확대 기대
한국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현지에 공급하는 한국형 원자로 'APR1000'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APR1000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노형으로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공급했던 APR1400의 파생 노형이다. 두 노형의 결정적인 차이는 설비 용량만 1400메가와트(MW)에서 1000MW로 줄였다는 점이다.
이외에 설계수명(60년), 가동률(90%), 설계기준지진(0.3g), 노심 손상 빈도(10만년에 1회 미만)는 APR1400과 동일하다. APR1000이 APR1400과 기본적인 설계 콘셉트를 공유하면서 용량만 줄였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APR1000은 핵연료의 양과 부품을 줄이는 방식으로 설비 용량을 축소했다"며 "기본 구조와 외형은 APR1400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APR1000은 한국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체코 측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됐다. 한수원 측은 "1200㎿급 이하 용량의 원전을 요구하는 체코의 요구에 맞춰 1000㎿급 APR1400 노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지 않은 현지 특성상 출력이 강하면 오히려 전력 계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한수원은 2016년부터 유럽 요건을 적용하는 '중형급 원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APR1000 설계 개발을 추진해 왔다. 2020년 유럽사업자협회(EUR) 인증 취득을 위해 APR1000 표준 설계에 착수한 데 이어 2022년 본심사를 거쳐 지난해 EUR 인증을 취득했다. APR1000은 EUR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서유럽규제기관협회(WENRA)의 최신 기술 기준도 반영했다. 반면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리와 경쟁했던 프랑스 EDF의 EPR1200 노형은 아직 EUR 인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 측은 "APR1000은 EUR 인증을 취득함으로써 유럽 내 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성 및 인허가성을 입증했다"며 "체코를 비롯한 유럽 기술을 적용하는 원전 건설 추진국에 수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유럽 국가들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APR1000 설계의 기반이 된 APR1400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차세대 원전이다. 이전 노형인 OPR1000을 개량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였다.
APR1400은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등 산·학·연이 함께 10년간 개발한 한국의 독자적인 노형이다. 연인원 2300명이 개발에 참여했으며 2007년 착공한 신고리 3·4호기에 처음 적용됐다. 신고리 3호기는 2016년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APR1400 원전의 내진 설계는 0.3g으로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 한국은 UAE에 APR1400 노형을 처음 수출하면서 원전 수출국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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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최대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원전 2기를 짓는 데 24조원이 투입된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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