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씨 책 3주간 2만9000권 산 이재명 팬덤
위드후니 국가유공자 3000만원·연평해전 후원
인기 정치인에 대한 팬덤의 사랑은 '돈'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특정 정치인의 재판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배우자가 수년 전에 쓴 책을 구매하며 '역주행'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이 대표적이다. 좋아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팬덤 차원에서 돈을 모아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3주 동안 2만9000권 팔렸다…' 김혜경 책 사서 이재명 변호사비 모으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사건 ▲위증교사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총 11개 혐의로 동시에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최대 4번까지 재판받을 처지다. 변호사 수임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표가 막대한 수임료를 낼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전 대표의 팬덤은 변호사 수임료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이 전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이 전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쓴 '밥을 지어요'라는 책을 구매해 이 전 대표의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주자는 글이 처음 올라왔다.
이후 회원들은 해당 책을 구매했다는 인증 릴레이를 시작했다. 김영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달 24일부터 '밥을 지어요'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24일부터 7월 10일까지 2만9000권이 팔렸다"고 말했다. 책이 출간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000권이 팔렸는데, 구매 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4일께부터 3주가 안 되는 기간에 2만9000권이 팔렸다. 이 영향으로 김씨의 '밥을 지어요'는 6월 한 달간 교보문고 온라인 베스트 6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도서 중 요리 섹션 책으로는 356계단 상승한 1위를 차지했다.
정치인 생일 기념해 기부…한동훈이 SNS에 '연평해전' 올리자 릴레이 후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팬카페 '위드후니'는 한 대표의 생일인 4월 9일을 기념해 4만9000원이 모일 때마다 기부를 진행한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3008만6000원의 기부 금액이 누적됐다. 이날까지 614회의 기부가 진행됐으며 기부 대상은 아동, 청소년, 저소득층, 노인 등이며 최근엔 국가유공자에게 집중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위드후니 운영자 앨리씨는 "회원들과 봉사활동을 고민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봉사는 어렵다고 판단해 네이버에서 가능한 해피빈 기부를 알게 됐다"며 "해피빈 기부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 100원씩 적립을 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위드후니 카페의 '연평해전 동화책' 후원은 한 대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동화책 작성을 위한 후원 링크를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한 대표는 지난달 7일 SNS에서 링크를 공유한 후 "연평해전의 영웅 한상국 상사님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동화책이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라며 "얼마 전 서해수호 행사장에서 뵌 이후 한 상사님의 사모님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사모님께서 제게 이런 좋은 일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네요. 좋은 동화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게시물은 곧장 위드후니 카페에 재공유됐고 팬들은 자발적으로 후원 링크에 들어가 후원을 하고 인증했다. 위드후니 카페 '연평해전 후원인증' 게시판엔 500개가 넘는 후원인증 글이 올라왔다. 300만원이었던 목표 금액은 빠르게 마감됐고 총 3818만1750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인 팬덤이 사실상 연예인 팬덤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는 감성이 아닌 이성적 프로세스(과정)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정치인 팬덤이) 마치 연예인 팬덤이 감성적으로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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