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11월 대선 4개월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공약 반영한 정강정책
외신, 낙태문제에 대한 입장 완화된 점 주목
미국 공화당이 오는 11월 대선을 4개월 앞두고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정강정책을 공식 채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전통에너지 생산 증대, 불법 이민자 차단, 보편관세 등 공약이 담겼다. 낙태에 반대해 온 공화당이 낙태 문제에서 입장을 대폭 완화한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발표된 공화당 정강정책
공화당은 이날 전국위원회 산하 정강정책위에서 인플레이션 및 경제 정책, 산업·통상 정책, 이민 등 국경정책, 외교, 사회·문화 정책 등에 대한 20개 원칙을 담은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20개 원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쓸 때처럼 대문자로만 작성돼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강정책의 초안을 대부분 작성하고 편집했다”고 전했다.
16쪽 분량의 정강정책 문서의 서문 제목은 ‘미국 우선: 상식으로의 복귀(America First: A Return to Common Sense)’다. 불법 이주민 차단·추방, 자국 전통에너지 생산 증대, 노동자를 위한 대규모 감세와 팁 면세 등이 포함됐다. 전기차 의무화 취소도 원칙으로 제시돼 있다.
불법 이민자 차단, 보편관세 등
공화당은 불법 이민자 유입을 ‘이민자 침략’이라고 지칭했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추방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매체 더힐은 “‘국경을 봉쇄하고 이민자 침략을 중단하는 것’이 공화당 정강정책의 제1순위 입장”이라고 전했다. 공화당은 “만연한 이민자 범죄를 막겠다”고도 밝혔다.
공화당은 자신들의 외교정책을 ‘힘을 통한 평화’라고 설명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미국을 덜 안전하게 했으며 세계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공화당은 국제적 혼란을 종료시키고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장 핵심적인 미국 국익에 중심을 둔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미군을 가장 현대적이고 강력한 군으로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동맹과 관련해서는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유럽에서 평화를 복구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중동에서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방위산업 기반과 관련해 “미국 안보에 핵심적인 장비와 부품은 반드시 미국산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정책과 관련해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국산 제품에 대한 보편 관세를 지지하고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시 모든 국가에 보편 관세 10%를 도입하고, 중국에는 60%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 취소, 필수품 수입 단계적 중단, 미국 부동산 및 사업체 구매 차단 등의 방침도 포함됐다.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는 기존 정강정책의 표현이 40년 만에 삭제된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공화당은 낙태 문제와 관련 “헌법 14조에 따라 정당한 절차 없이 누구도 생명이나 자유가 부정돼선 안 되며, 각 주는 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낙태 문제는 각 주가 결정해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것이다.
정강정책에는 북한 등 한반도에 대한 언급은 없다.
NYT “사회적으로는 덜 보수적”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정강정책을 두고 “2016년 발표된 정강정책보다 더 국수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덜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낙태에 대한 시각이 완화됐고 더 이상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전통적 결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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