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도 속수무책 급발진…브레이크는 한번에 기어는 중립으로

급발진 주장 사고 많지만 인정사례 없어
기계적 결함 운전자 미숙 등 여러 가설있어
대처요령은 브레이크 길게 밟고 기어 중립
사이드브레크 걸고 마지막은 시동 끄고

1일 밤 서울 시청 근처에서 승용차가 교차로를 역주행하며 행인을 덮쳐 9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 현장에 2일 아침 누군가가 국화꽃을 갖다 놓고 조사를 써붙여 놓았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시청역 사고를 계기로 차량 급발진에 관심이 높다.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급발진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없다. 급발진의 원인과 대처방법, 전조증상을 알아야 한다.

3일 이웃 간 공유 자동차 플랫폼 ‘타운카’가 최근 정리한 내용을 보면 자동차 급발진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표적인 가설로는 차량의 기계적 결함, 진공 배력 장치, 운전자의 오작동이나 실수 등이 꼽힌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자동차 부품 관리를 철저히 하고, 급발진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아 두는 자세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예방하려면 첫 번째로 엔진과 브레이크 등 차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유지 보수해야 한다. 특히 전자 제어 시스템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습기와 먼지를 관리해 줘야 한다. 운전자는 올바른 운전 방법과 차량 조작 방법을 익혀 급발진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급발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실수로 브레이크 페달이 아니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급발진이 맞다면 주위에 벽이나 가드레일 등 차를 들이받아 차량의 속도를 제어할 기물이 있는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순서는 4단계로 ▲브레이크 한번에 밟기 ▲기어 중립으로 두기 ▲사이드 브레이크 올리기 ▲자동차 시동끄기다. 첫 번째 순서는 브레이크를 한 번에 깊게 밟는 것이다. 급발진 시에는 브레이크가 잘 안 밟힐 수 있는데, 브레이크를 밟은 오른발 위에 왼발을 포개어 있는 힘껏 꾹 밟아 엔진의 동력을 최대한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여러 번 나누어 밟으면 엔진에 진공 압력이 부족해져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자동차가 제어되지 않는다면 기어를 중립(N)으로 둬야 한다. 기어가 중립일 때는 바퀴로 전달되는 동력을 차단할 수 있어 속도가 더 올라가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다. 기어를 주차(P)에 두면 핸들 조종이 어렵고, 자동차가 중심을 잃고 회전하거나 움직임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5월 2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릉교회 주차장에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이 진행됐다.

차량 속도가 줄어든 뒤에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려 준다. 자동차의 속도가 아직 빠를 때 사이드 브레이크를 한 번에 올리면 균형을 잃을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당기면서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법을 단계적으로 사용해도 자동차의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자동차를 가드레일이나 벽에 측면으로 밀어붙여 강제로 속도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가 완전히 정지하고 도로 위 안전이 확보되면 급발진 대처 마지막 순서로 시동을 끄면된다. 시동을 완전히 끄면 핸들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안전한 위치에 정차한 것이 확인되었을 때 시동을 꺼야 한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급발진 대처 방법으로 기어를 중립(N) 상태로 놓은 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를 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PB는 기존의 레버식 사이드 브레이크나 페달식 풋 브레이크와 같은 기계식 주차 브레이크 기능을 전자식 버튼으로 대체한 것이다. EPB는 당긴 상태를 쭉 유지해야 지속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