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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양육비에 등골 휘청…적금 깨는 조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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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업종 결제액 평균보다 높아
학원비·육아용품 구입 등 지원
가구소득 증가로 경제력 막강
자녀 세대, 경제적 의존도 심화

사립대학교 교수직에서 은퇴한 김모씨(66)는 지난달 손주 출산 예정일에 맞춰 적금을 해지했다. 큰아들 부부의 산후조리원 비용 400만원을 결제하기 위해서다. 며느리에게는 출산 축하 기념으로 용돈 100만원을 챙겨줬다. 손주를 위해서는 어린이보험을 준비했다. 김씨는 손주가 20살이 될 때까지 매달 2만50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할 계획이다.


손주 양육비에 등골 휘청…적금 깨는 조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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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부모가 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가 손주 양육 비용을 공동부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자녀 세대를 뛰어넘는 막강한 경제력을 갖추면서 손주 육아에 대신 지갑을 여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양육 비용 부담 현상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BC카드가 지난해 발표한 '황혼육아 관련 결제액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60대 이상 고객은 키즈카페에 2만8000원을 결제했다. 이는 전 연령대 평균 비용(2만6000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 밖에도 학원비 37만2000원(36만7000원), 소아과 1만5000원(1만4000원) 등에서 전 연령 평균 결제액을 넘어섰다.

손주 양육비에 등골 휘청…적금 깨는 조부모

베이비붐 세대는 어린이보험 업계에서도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이 손주의 어린이보험에 직접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삼성화재의 2020년 어린이보험 통계에 따르면 10대 미만 피보험자의 경우 조부모가 전체 가입자의 12.20%를 차지했다. 반면 10대 이상 피보험자는 조부모가 보험을 대신 가입한 비율이 4.5%에 그쳤다.


최근에는 출산을 앞둔 며느리에게 용돈을 지급하는 것도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맘카페에서는 시부모가 준 용돈을 용도에 따라 '입덧 용돈' '출산 축하비'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출산 이후 시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에 대한 글은 맘카페의 주된 화젯거리다. 한 맘카페 회원은 "친구는 시가가 여유롭다 보니 임신 때 입덧으로 고생한다며 용돈 100만원을 받았다"며 "당연한 게 아닌 줄 알지만 내심 비교가 되면서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조부모의 양육비 지출 증가는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력이 자녀 세대를 뛰어넘은 영향이 크다. 실제로 60대 가구는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가구소득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23'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대 가구소득은 2018년에 비해 22.5%가 증가했다.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11.5%, 1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대는 가구소득이 7.4% 줄었다.



전문가는 경기 불황으로 자녀 세대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육아비용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의 실버세대에 비해 많은 자산을 축적했다"며 "반면 자녀 세대는 주거비 부담과 고물가로 생존을 위한 지출이 늘면서 목돈이 필요한 소비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명의 자녀를 위해 이모와 조부모 등 8명의 어른의 주머니를 연다는 '에잇포켓' 현상도 자녀 세대의 소득이 줄어서 발생한 현상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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