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인정돼
가상자산 상장의 대가로 거액의 불법 '상장피(fee.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전 임직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코인원 전 이사 전모씨(42)와 전 상장팀장 김모씨(32)의 상고심에서 전씨와 김씨의 상고를 기각, 전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전씨에 대한 19억3680여만원의 추징 명령과, 김씨에 대한 8억830여만원의 추징 명령도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징액의 산정방법, 공모관계 및 배임수재죄,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코인원의 최고성장책임자(CGO)로서 가상자산 상장 심사 업무를 총괄했던 전씨와 상장 업무를 담당하는 중간 책임자였던 김씨는 여러 국산 코인들의 상장 대가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2년 8개월 동안 브로커들로부터 각각 20억원, 10억원 가까운 코인과 현금을 받고, 코인원의 상장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2020년 3월 브로커 A씨가 '상장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 B 코인의 상장이 이뤄진 것에 대한 사례 명목과 함께 앞으로도 A씨가 추천하는 코인의 상장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A씨로부터 비트코인 0.9396개(당시 원화가치 약 710만원 상당)를 이체 받은 것을 비롯해 2021년 3월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A씨로부터 약 2억1885만원 상당의 테더와와 비트코인을 교부받은 혐의를 받았다. 또 2020년 4월부터 11월가지 12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의 현금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전씨는 또 다른 상장브로커인 C씨로부터 'D 코인이 상장되면 발행재단으로부터 코인 물량을 받아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 D 코인이 실제 상장된 이후인 2022년 2월 C씨로부터 리플 코인 4만6700여개(원화 4868만원 상당)을 이체 받은 것을 비롯해 같은 해 11월까지 원화가치 합계 약 16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교부받은 혐의를 받았다.
김씨 역시 브로커들로부터 합계 약 10억원 상당의 코인 내지 현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또 두 사람은 해당 코인들이 상장되면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실상 시세조종으로 평가받는 MM(Market Making)이 실행될 것을 알면서도 MM 업체와 계약을 알선하는 등 거래소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쟁점은 당시 가상자산 시장에서 통용되던 유동성 공급 작업인 MM을 '시세 조종'으로 평가해 거래소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1심 법원은 상장된 코인들에 관해 MM 업체가 통상적인 유동성 공급을 넘어 대량의 자전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했고, 전씨와 김씨도 이 같은 행위의 불법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두 사람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을 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 도중 검사가 공소장변경을 통해 공소를 취소했다고 인정되는 김씨의 일부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했다.
전씨의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상장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임무에 위배해 상장브로커들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라며 "범행(수재) 횟수가 41회, 수재 합계액이 약 20억원에 이르러 범행 규모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범행을 시인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약 6개월간의 구금 생활을 통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받은 금품 상당액에 대해 추징보전이 마쳐져 국고에 환수될 예정으로,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은 거의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김씨의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상장팀장임에도 임무에 위배해 상장브로커들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라며 "범행(수재) 횟수가 36회, 수재 합계액이 약 8억1000만 원에 이르러 범행 규모가 상당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수사 개시 이후부터 수사기관의 수차례 경고를 무시하고 끊임없이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공동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아 범행 후 태도가 상당히 불량하다"라며 "피해자 회사가 이러한 피고인의 태도 등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한편 두 사람에게 뒷돈을 준 혐의(배임증재)로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2명은 항소심 단계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1년 6개월이 각각 확정됐다.
이번 사건에서 코인원이 전씨 등의 업무방해죄 피해자로 인정되긴 했지만, 전씨 등의 시세조종 행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경우 민법상 사용자책임을 묻거나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코인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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