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100m 태극기 게양대' 추진
"광화문광장 성격과 어울리지 않아"
"강력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 요구"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초대형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민원이 제기됐다.
26일 서울시 정책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는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김모씨는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은 과거 독재 정권 시절 볼 수 있었던 과도한 국가주의 상징물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화문광장은 한국 사회의 여러 역사적 사건 속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분출되는 공간이었다"며 "광화문 광장의 다양한 역사적 기억을 억압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강조하는 공간 조성 계획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열린 공간으로서 광화문광장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광화문광장이 국가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유지되기를 원한다"며 "서울시는 이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시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광장의 미래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글은 27일 오전 10시 기준 124명이 공감을 표했다. 공감 건수가 50건을 넘으면 서울시 담당 부서는 의무적으로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 글에는 "세금이 썩어나냐", "다른 곳에 쓸 예산도 많을 텐데 이런 게 꼭 필요할까.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다", "시민의 공간에 서울시 임의로 상징물을 설치하는 걸 자제해달라", "2024년에 이런 촌스러운 발상이라니"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 청사보다 높고 국내 국기 게양대 중 가장 높은 100m 높이에 태극기를 걸고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호국보훈 정신을 기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5일 "한민족을 상징하는 팔도의 소나무로 태극기 게양대 일대에 소나무 숲을 조성해서 명실상부한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진정한 의미의 명소가 되기 위해 세종로 공원 일대의 지상과 지하에는 다양한 먹거리 장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