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리밸런싱 속도조절
경영부진 계열사 수장 교체 혼란
SK이노-SK E&S 합병 논의 구체화
최태원 회장 내릴 결단에 관심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재조정) 단행 시점이 예상보다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적 쇄신 역시 뒤로 밀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경영 성적이 부진한 계열사 수장에 대한 경질성 인사가 이뤄졌지만, 그룹 내 불필요한 동요를 가져오는 만큼, 그룹 사업의 방향성을 확정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SK 고위관계자는 최근 거론되는 계열사 합병과 인적 쇄신에 대해 26일 "지금까지 그룹 인사는 모두 최태원 회장의 의견도 포함해 각사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는 형태로 보면 된다"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조언하거나 지시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사업을 재편하거나 인사를 단행할 순 없다는 뜻이다.
SK그룹에선 최근 일부 CEO 등이 교체되면서 본격적인 인적 쇄신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다. SK에코플랜트에서 박경일 사장이 물러나며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대체 투입됐으며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SK온에서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부사장)가 작년 8월 영입된 지 10개월 만에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또 SK스퀘어 박성하 대표는 성과 미비를 이유로 최근 해임 통보를 받았다.
SK그룹이 오는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지만 계열사 합종연횡 같은 구체적인 리밸런싱 사안보단 그룹의 사업 방향을 논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은 현재 미국 출장길에 올랐는데, 인공지능(AI) 출장으로 불릴 정도로 빅테크 기업과의 만남을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생성형 AI서비스 ‘에이닷’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초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HBM이 빛을 보면서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SK 내부에선 다만 이노베이션과 E&S 합병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SK E&S의 발전, 수소 분야에 사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합치되,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한 재무적 개선 효과와 현금창출력을 가져가게 된다. 이 때문에 다음달 양사 이사회에서 합병을 의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밸런싱과 별개로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한 양상이다. 지주사인 SK㈜는 베트남 재계 2위 유통기업 마산그룹에 풋옵션(주식 매도 권리)을 행사, 투자 수익을 현금화한다.
최근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SK팜테코가 덴마크 대형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버지니아주 피터스버그에 있는 CDMO 공장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SK㈜는 공장 매각에 대해 바이오 사업에 있어서 핵심 공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SK는 또 사업 재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산업은행과도 협력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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