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간 다툼 말리던 교사,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군산 경찰서 아동학대 담당자, '기소 의견' 판단
교육감이 '아동학대 아니다' 의견서 전달해도…
경찰 측 받아들이지 않아…전북교총 반발 심해져
최근 전북 군산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 간 다툼을 중재하다 사과를 강요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검찰에 넘겨진 것과 관련, 전북교사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군산경찰서 아동학대 담당자를 강하게 규탄했다.
25일 전북교사노조는 아이 간 다툼을 말리던 중 "너도 가해자가 될 수 있어"라는 말을 해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검찰에 넘겨진 교사의 일은 부당한 처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북교사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아동학대가 아니다'는 의견서를 전달했고, 해당 교사도 문제가 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운을 뗐다.
노조는 "학생 간의 다툼이 있었을 때 생활지도에서는 '인정하기-사과하기-해결하기'라는 '화해하기' 3단계를 거친다. 학생 간의 다툼 발생 시 화해를 권하는 것은 통상적인 교사의 생활지도다"라며 "교원의 교육활동 중 행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되어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하여 관할 교육감이 의견을 제출하는 경우 이를 사건 기록에 편철하고 아동학대범죄사건 수사에 참고해야 한다고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군산경찰서 아동학대 담당자는 교육적 맥락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교사의 '사과 권고'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판단해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본 사안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한 군산경찰서로 인해 한 교사의 삶은 망가져 버렸다"며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생활지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공교육은 처참히 무너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학생이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 교육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친구 간의 다툼에서 '사과하기'를 가르친 교사에게 아동학대로 '기소 의견'을 낸다면 학교는 학생에게 필요한 사회성을 가르칠 수 없고 결국 사회도 무너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지난 3월 전북 군산시의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끼리 욕설이 오가는 말다툼이 벌어지자 담임 교사는 이를 중재하며 두 학생에게 상호 사과를 제안했다. 당시 담임교사는 "서로 잘못이 있으니 사과하고 끝내자"라고 했으나, 한 학생이 사과를 거부했다. 이후 해당 학생의 부모는 담임 교사와 다툼을 한 상대 학생의 담임교사 등 2명의 교사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다.
서 교육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의견서를 전달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은 "서이초 교수가 순직한 후 교권 5법 개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이뤄낸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법령조차 아동학대처벌법을 넘어설 수 없는 거냐"고 성토했다. 이어 "교사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경찰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 해당 선생님과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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