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인지도 무기…당내 세력 약한 건 약점
이재명 대항마…윤한갈등 재점화되면 위협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와 경쟁한다. 그는 정치 신인이다. 하지만 지난 4·10 총선을 이끌었던 경험과 국민 지지를 토대로 국민의힘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강점은 보수층이 선호하는 엘리트 이미지, 과거 더불어민주당과의 싸움을 논리적으로 맞대응하며 쌓은 대선 후보급 인기다. 22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한 후 108석 소수 여당 국민의힘은 192석의 범야권에 눌려 원 구성·각종 법안 주도권을 빼앗겼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여전히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은 '민심'이란 단어를 10차례나 쓰며, 당정관계의 수평적 재정립을 강조했다. '할 말은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캠프 관계자는 "당대표 선거지만 결국 민심이 가는 방향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게 한 전 위원장의 소신이고 결국에는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적다 보니 당내 세력이 약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로 치러진다. 당원들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지가 당선 핵심 요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 전 위원장에게는 불리하다.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아닌 점도 약점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치경력이 짧다"이라며 "뿌리가 약하면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야권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장악력이 커질수록 대항마인 한 전 위원장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점은 기회로 꼽힌다. 한 전 위원장도 다른 당대표 후보들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이 전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채널A와 TV조선 뉴스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공격하며 "중도층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고 이탈할 때, 국민의힘이 지지층에 부끄럽지 않은 바탕을 만들어 놓고 충분히 반성하고 심판에 대해 반응한 상태여야 그분들을 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초 불거졌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은 여전히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윤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내며 불화설이 불거졌다. 게다가 최근 여당 주도로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고 해 불씨가 꺼지지 않은 점은 위기로 꼽힌다. 결국 당권을 얻기 위해서는 당원, 친윤계 등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상황인데 자칫 윤·한 갈등이 재점화된다면 한 전 위원장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차단에 나섰지만 다른 후보들은 이를 집요하게 꼬집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소위 친윤계의 지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결선투표까지 가면 한 전 위원장이 불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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