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 중 23개국 GDP 2% 방위비 지출
우크라이나 전쟁·트럼프 재선 가능성 의식한 듯
내달 워싱턴DC서 나토 정상회의 개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비 증강에 동참하는 회원국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더불어 유럽의 미국 방위비 무임승차를 지적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에 지출하는 나토 동맹국이 23개국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1년(6개국)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어 나토 동맹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있는 점을 짚으며 "나토는 안보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자리 측면에서도 좋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 동맹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직면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라며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재임 동안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강하게 단결됐다"고 화답했다. 또 "우리는 나토의 모든 영토를 방어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나토의 동쪽 측면을 강화했다"고 부연했다.
나토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하자 10년 이내에 GDP의 최소 2%를 국방비에 지출할 것을 만장일치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목표치를 달성한 국가가 극히 일부에 불과해 미국 정치권으로부터 유럽이 안보를 무임 승차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유럽의 '공정한 몫'을 촉구하며 방위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더라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에 "유럽이 방위비를 적게 낸다는 미국의 주장은 타당하다"면서도 "유럽 전역과 캐나다 등 나토 동맹들이 올해 방위비 지출을 18% 늘리고 있다. 유럽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고 변론했다. 나토는 내달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지출 문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나토 편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동맹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략 의지를 단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 방위산업에 물자를 제공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중국은 서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면서도 유럽에서 발발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무력 충돌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둘 다 가질 순 없다. (중국이)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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