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타운, 병원 개원 준비 등 움직임
휴양형 주거단지, 연내 토지 보상 70%
7년 넘게 중단됐던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프로젝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는 헬스케어타운과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이 주인공이다. 헬스케어타운 내 우리들녹지국제병원(옛 녹지국제병원)이 올해 하반기 비영리 의료기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며, 휴양형 주거단지는 지난해 말 사업 재추진을 위한 타당성조사 용역이 완료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JDC는 감출 수도 있었을 중단 사업들을 여실히 드러냈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JDC가 국가사업의 국제화를 시도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도 사업이 정체된 이유와 과정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실패가 매우 큰 경험이 됐다. 작은 공기업이 외자 유치를 통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헬스케어타운에서 의료관광에 휴양까지 누리도록"
헬스케어타운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흥·토평동 일원 해발 300~400m 지대에 터가 있다. 지난 13일 찾은 이곳에는 내부 정리가 안 된 녹지국제병원(이하 병원)과 사람의 온기가 안 느껴지는 콘도미니엄 등이 페인트칠도 제대로 안 된 채 남아서 폐허를 연상케 했다. 병원 내부 병상은 침대들이 흐트러진 채 먼지가 쌓여 있었다. 활성화 산소가 풍부한 높이여서 건강을 챙기기 더없이 좋다는 JDC 관계자의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저 규모·시설 측면에서 VIP 객실이 어디인지 정도만 구분할 수 있었다.
JDC는 2002년 설립 이후 제주도에서 국제자유도시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이 중 하나인 헬스케어타운은 해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복합의료관광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의료관광에 더해 휴양 리조트, 웰니스 파크 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업은 JDC 자체 개발과 해외 투자 유치가 함께 진행되는 구조였다. JDC는 해외 각국에 투자 유치를 희망했다. 하지만 헬스케어타운 사업에 긍정의 답을 준 곳은 중국 녹지그룹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병원 내 안내판에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병기돼 있었고, 콘도미니엄 외벽에도 중국어가 크게 쓰여 있었다. 콘도미니엄에는 중국인들이 더러 묵는다는데 녹지그룹이 운영하고 있어 JDC 측에서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했다.
녹지그룹은 총 3단계 중 호텔·상가·리조트 등을 짓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하다가 2017년 손을 뗐다. 병원은 준공됐지만, 문을 열진 못했다. 유경흥 JDC 의료사업처장은 "당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도민과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지자 외국인 대상으로만 진료하도록 하는 등 개설 허가가 번복되고, 녹지그룹과 제주도는 3년 넘게 소송전을 치렀다"고 말했다.
소송전은 지난해 7월 제주도 최종 승소로 일단락됐다. 그 사이 병원 소유권은 2022년 1월 디아나서울로 이전됐다. 결국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고, 투자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지난해 12월 JDC가 녹지그룹 관할사업 일부를 인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인수 후 재건축에는 5000억~6000억원 규모가 투입될 것으로 JDC 측은 예상했다.
유 처장은 유 처장은 "한국부동산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수 관련 자문을 받아 하반기에는 녹지그룹으로부터 인수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헬스케어타운 사업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 병원 개원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오션 뷰' 가치 빛날까
같은 날 방문한 예래동 소재 휴양형 주거단지 현장은 건물이 녹슬고 있었다. 입지는 단지 앞에 탁 트인 바다가 있는 이른바 '오션 뷰'를 자랑했지만, 회색 건물들이 내뿜는 분위기는 음산했다.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은 예래동 일대 74만1193㎡에 호텔, 콘도, 상업시설, 공연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81%, JDC가 19%의 지분율로 합작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주도했으나 인허가 무효화로 2015년 이후 9년째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김재일 JDC 관광사업처 휴양단지팀장은 "이 사업은 7대 선도 프로젝트로 추진돼 초고층으로 지을 계획이었다"며 "초고층 건물이 바람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 보려고 헬기까지 띄워 실험할 정도로 제주 내에서 혁명적 건축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의 56.2%에 달하는 숙박시설용지가 걸림돌이 됐다. 김 팀장은 "당시 용적률 등에 유리한 유원지 사업을 했는데 숙박시설을 분양하면 외국인의 경우 1인 소유가 가능했다"며 "문제는 숙박시설이 국민 이용시설이어서 소유 개념과 맞지 않고, 유원지시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사업은 2015년부터 중단되고, 사업 인허가 자체가 2019년 사라졌다. 총 9단계에 걸쳐 개발하려던 사업은 1단계(공정률 65%)에서 멈췄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권도 불완전한 상태다. 토지소유주들과의 소송에서 JDC가 잇따라 패소한 것이다. 결국 JDC는 소유권 이전을 확정 짓기 위해 보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1일 기준 토지주 201명과 합의해 추가 보상금 총 740억원 중 371억원(50.1%)을 집행했다. 연말까지 70% 이상 집행을 목표로 한다.
JDC는 2020년 12월 전체 151개 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축물 구조진단 용역에서 뼈대는 이상이 없지만, 새시와 인테리어 등은 다시 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김 팀장은 "보상률이 80% 정도 되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해 시설물을 자유롭게 둘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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