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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에서 용정까지 '항일투쟁'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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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광주시지부 ‘중국 항일 독립운동사적지 탐방’ 동행기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지부장 고욱)가 중국 항일 독립운동사적지 탐방에 나섰다.


이번 탐방은 3박 4일(6월 10일~13일)의 일정으로 우리가 흔히 만주라 불렀던 동북 삼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에서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남아 있는 항일운동의 발자취를 둘러보면서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평균 나이 70세가 넘는 26명의 회원은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 시간여를 날아 하얼빈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이른 시간에 고속버스를 이용해 광주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는 불편함을 감내했던 고령의 회원들을 고려해 첫날은 하얼빈의 성소피아 성당과 스탈린 공원, 중앙대가 등 명소를 방문해 기념사진 등을 찍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다음날.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서에서 말했던 하얼빈 공원(자오린 공원)을 방문했다, 1909년 10월 23일 안중근 의사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와 하얼빈에 도착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로 모의하고 거사를 점검했던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한가롭게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을 걸으면서 문득, 시간은 100년이 넘게 흘렀지만, 만주 일대를 풍찬노숙하며 지내다 거사를 계획하고 이곳으로 들어온 안중근 의사와 그 일행들이 같은 장소를 걸었을 것을 생각하니 그 비장하고 결연한 마음에 절로 숙연해질 뿐이다. 공원 내에는 ‘청초당’, ‘연지’라고 쓴 안 의사의 글씨가 새겨진 유묵비가 있어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어 일행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괴뢰정권인 만주국의 하얼빈경찰청으로 사용된 ‘동북열사기념관’을 둘러봤다. 항일 구국 투쟁에 나선 수많은 열사가 감금되어 처참하게 고문당하고 살해된 현장이다. 해방 후 중국 정부는 항일열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영정과 유품을 모셔와 ‘동북열사기념관’으로 명명하고 그들의 행적을 남겨 후대에 기리게 했다. 현지 가이드에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는 박진우, 양림, 리추악, 리홍관, 차순덕, 허형식 등 동포 항일열사 32분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하얼빈에서 용정까지 '항일투쟁'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하얼빈 역사 내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한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 회원들이 헌화 뒤 묵념으로 참배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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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삼한을 덮고 이름은 만국에 떨치나니, 백세의 삶은 아니나 죽어서 천추에 빛나리.”

중국의 위대한 민주혁명가 손문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소식을 듣고 이런 추념사로 찬양했다고 한다.


‘동북열사혁명기념관’을 나와 버스를 타고 하얼빈 역으로 가는 길에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안중근 의사가 한반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쓰러뜨린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감동이 어떨지 기대됐다.


일행은 미리 준비한 화환을 안 의사의 동상 앞에 바치고 추모의 묵념을 함께 한 뒤 안 의사의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동상 위 시계는 1909년 10월 26일 거사 시간인 9시 30분에 멈춰있고, 작은 창 너머로는 안 의사가 총을 겨누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를 바닥에 표시해 두었다. 안 의사가 이뤄낸 성과에 비하면 기념관의 크기는 턱없이 적었지만, 타국의 영웅을 위해, 그렇다고 공산주의 계열도 아닌 안 의사를 추모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마련해준 공간이라는 사실이 무언가 마음속에 부채를 안고 돌아가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얼빈에서 용정까지 '항일투쟁'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광목회 광주광역시지부 회원들이 용정 3.13반일 의사릉을 참배하고 있다.
3.13 반일의사릉. 명동촌

하얼빈 서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네 시간을 달려 장백산 역에 도착했다. 민족의 명산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해 이도백하에서 여정을 풀었다. 이른 새벽부터 따뜻한 외투와 비옷을 챙기며 길을 나섰지만, 기상악화로 천지에 오르는 기대는 접고 대신 장백폭포의 장엄한 물줄기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이도백하를 출발해 용정 명동촌으로 이동 중 민가와는 멀리 떨어진 이름 모를 거리에 내려 농로를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니 북간도 용정을 중심으로 일어난 3.13만세운동에서 희생당한 분들을 모신 ‘3.13반일의사릉’이 나왔다. 이곳은 용정시 인민 정부가 중점문물 보호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석축이 드러나 있고 잡초가 듬성듬성 자라나 한눈에 보기에도 허술한 관리가 안타까웠다. 모두가 묵례로 참배를 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멀지 않은 거리를 이동해 명동촌에 도착했다. 명동촌은 간도의 대통령이라 불렸던 독립운동가 김약연 선생이 간도에 일군 한국인 집단부락이다. ‘중국공산당 명동촌 지부 위원회’라는 입간판이 걸린 대문을 들어서자 명동 학교가 있던 자리에 ‘명동 학교 옛터 기념관’이 자리 잡고 우측으로는 김약연 선생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김약연 선생은 시인 윤동주의 외숙이 된다. 시인이 그의 대표 시 '서시'를 통해 불렀던 시인의 어머니가 김약연 선생의 여동생이다.

하얼빈에서 용정까지 '항일투쟁'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사진 상단 좌로 부터 명동학교 옛터기념관, 김약연 선생의 흉상, 시인 윤동주의 생가에서 기념 촬열하고 있는 광복회 광주광역시 지부 회원들.
“불 꺼진 화목을 안고 도는 겨울밤은 깊었다. 재만 남은 가슴이 문풍지 소리에 떤다.” ‘가슴’ 1936.7.24. 윤동주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시인 윤동주가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에 들어섰다. ‘중국 조선족 유명시인 윤동주 생가’라고 다소 생뚱맞게 새긴 큰 표지석이 눈에 들어 왔다. 시인의 시가 돌판에 새겨진 길을 따라 단아한 기와집 한 채가 나온다. 시인이 유년기를 보낸 생가이다. 지난해 한중관계가 소원해졌을 때는 중국 정부가 내부 수리를 이유로 한동안 관람을 폐쇄하는 조처가 내려지기도 했다. 작약꽃이 피어난 명동촌을 나오면서 시인을 한낱 중국 소수민족의 유명시인으로 깎아 세우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사적지 탐방의 마지막 밤, 중국 당국이 ‘중국의 작은 서울’로 홍보하면서 전략적으로 관광지를 만들고 있는 조선족 연변 자치구를 들렀다. ‘연변 간판 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간판에 한자와 한글을 병행 표기하도록 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3박 4일의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고 고단했던 항일운동의 발자취를 따라나섰던 “중국 항일독립사적지 탐방”은 편안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고 가져야 할 애국애족의 자세가 무엇인지 큰 가르침이 되었다.


이번 일정에 참여한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의 회원들은 모두가 독립유공자의 2세 3세 후손들로 대부분이 백발에 노령이었다. 이들은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 직계 선순위 유족 한 명에게만 연금이 지급돼, 아직도 어렵게 살아가는 후손들이 많다고 입을 모아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도착하는 날 기뻐서 눈물을 훔쳤다는 한 회원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로 다시는 이역만리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운 선열들의 투쟁을 갈라치게 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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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를 주최한 고욱 광복회 광주광역시 지부장은 총평을 통해 "회원들이 중국 땅에서 항일 유적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대다수 70~80대 고령임에도 힘든 일정을 무사히 함께해 준 회원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이상민 기자 ro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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