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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중요한 거주환경…살던 데서 노후 보낼 수 있어야"[이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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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락 유원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에서 서울이나 대도시에 노인주택이 공급되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기존에 들어선 건물이 많아 빈 땅이 별로 없는 데다가, 다른 건물을 철거하고 지으면 또 비용이 또 많이 들잖아요. 그러니까 건설하기가 정말 힘든 거죠. 우리나라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노인들의 주거 방식은 '살던 곳에서 늙는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이경락 유원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살던 곳에서 나이들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in-place,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를 실천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주택 개조나 방문요양서비스 시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4년 일본 도쿄대에서 고령자 거주환경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자가 많아지는 이슈에 대한 걱정이 없었을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이 처할 먼 미래를 보고는 고령자 거주환경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로 재직한 그는 현재 한국장기요양학회 이사, 치매케어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가 내놓은 주요 저서로 주거복지론,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건축설계 매뉴얼, '노인시설 공간읽기' 등이 있다.

"집보다 중요한 거주환경…살던 데서 노후 보낼 수 있어야"[이슈인터뷰] 지난달 26일 이경락 유원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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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일본에서 노인 주거 환경을 공부했다고. 당시 우리나라는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을 정도로 고령 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왜 고령자 거주 시스템을 공부했는지 궁금하다.

▲석사학위는 집합주택에 관해 땄다. 박사학위를 따러 1989년도에 일본에 갔던 거다. 당시에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지 오래였고,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노인 문제가 심각해서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많을 때였다.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가 고령화와 관계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현재의 한국 모습이다. 그러한 일본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나도 그쪽으로 전문화해야 할 것 같더라. 마침 내가 있던 연구실에서 고령화 관련 프로젝트를 하게 돼서, 요양시설 조사부터 요양시설에서 사는 노인들, 일반 주택에 사는 노인들, 집합주택에 사는 노인들 등 여러 종류의 주거 시설에 사는 노인들의 생활 행태를 비교했다.


-요양보험이 생기기도 전인데. 그렇게 주거시설의 종류가 많았나.

▲일본은 요양보험이 전면 시행되기 전에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상당한 수준의 노인 보호 정책들이 있었다. 특히 경제적·신체적으로 취약한 노인들에 대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상당히 발달해있었다. 주거도 마찬가지다. 요양시설부터 시작해서 고령자 1인 가구가 모여 살 수 있게 하는 고령자 복합주택인 '실버피아'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시설이 있었다. 내가 갔을 때 "나이 들어도 살 만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자체별로 정책이 다양하다는 게 흥미롭다.

▲일본은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통합돌봄 시스템이 많이 발달해있다. 장기요양보험조차도 지자체가 보험자다.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그래서 지역사회 차원에서 지역에 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꼼꼼한 케어가 가능한 거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인 의료나 요양 정도의 수준에서는 노인 보호 정책이 발전하고 있지만 더 구체적이고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주택 수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노인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가격 환경 자체가 부적절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지으려니 땅값도 비싸고 건설비용도 높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조그마한 건설업체 같은 경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널리 공급되려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세제 지원이든 입주자를 대상으로 한 입주 비용 지원이든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수반돼야 한다.


다만 그렇게 공급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정말 되도록이면 살던 집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나이가 들수록 주거 공간을 자꾸 바꾸는 게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환경이 바뀌는 게 싫어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원하는 노인들에게도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일본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나.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뭔가.

▲일본은 일단 단독주택이 많은 나라다. 특히 버블경제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 많아서 노후화돼있다. 그래서 안전사고가 굉장히 많다 보니 더 빨리 발달한 측면도 있다. 나이가 들어 혼자 지내기 힘들어도 자기 집에서 계속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을 강제로 노인주택에 입주시킬 수는 없지 않나. 결국 투트랙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덕분에 지금은 시설을 새로 짓기보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살던 집에서 나이들 수 있으려면 뭐가 가장 필요한가.

▲먼저 거주 환경 자체가 고령친화적이어야 한다. 낙상사고를 방지하고 지나다닐 때 문턱이 방해되지 않도록 집을 고쳐야 한다. 지금도 집 고쳐주기 사업이나 주거환경 개선 사업처럼 보건복지부 등에서 개별사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발성이고 대상도 한정적이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요양보험에서 주택 수리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덕분에 고령자 맞춤 주택 개조 시장이 정말 많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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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양보험 대상자의 경우 원할 때 방문요양서비스를 유연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방문요양서비스는 요양보호사 1회 방문당 최대 세 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시간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 세 시간 사이에는 노인이 요양보호사가 필요한 순간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도 섞여 있을 수 있는데,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내내 노인과 함께 있다가 퇴근하는 게 편하다.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거나 이용 시간을 유연하게 나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게 해결된다면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쉽게 정착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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