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자동차' 보유하면 기초연금 끊겨
차량가액 4000만원 넘으면 '고급차'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께 전기차 선물을 드렸다가 기초 연금이 끊긴 사연이 올라와 관심이 쏠렸다. 사연의 주인공인 A씨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기아 EV6 한 대를 구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EV6가 '고급 자동차'로 분류되면서 A씨 부모님의 기초 연금 수급 자격이 박탈됐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A씨는 "부랴부랴 부모님 댁으로 주소를 이전하고 명의도 변경했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주소 이전 과정에서 A씨의 소득이 부모님 소득과 합산되면서, 부모님의 근로 장려금 신청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A씨도 부모님 밑으로 들어가게 돼 자녀 장려금 신청까지 막혔다고 한다.
망연자실한 A씨는 "전기차 한 대 뽑으면서 막장이 따로 없다"며 "이제는 (EV6를) 팔아버리지도 못하고 답답하다. 모두 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심사숙고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기차 한 대 때문에 연금 수급 자격이 박탈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현재 고급차량을 소유한 어르신은 기초연금을 수급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고급 차량 소유, 운영은 소득 상위 30% 이내에 해당한다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고급자동차의 범위다. 고급자동차는 현행 지방세법 제124조에 따른 '자동차 중 배기량 3000cc 이상, 또는 차량가액 4000만원 이상'일 경우 분류한다. 일반 내연기관차는 배기량에 따라 고급차로 분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무조건 차량가액만으로 고급차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4000만원 미만으로 판매되는 전기차는 거의 없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산 승용 전기차 14개 모델의 시작가 평균 가격은 5784만원이었다. 저렴한 전기차로 평가받는 EV6도 기아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기준 5540만원(세제 혜택 전)부터 시작한다. 즉, 전기차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박탈당할 위험이 있는 셈이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안타까운 사연인데, 덕분에 좋은 팁 배워갑니다" "은퇴한 다음에는 되도록 신차 사지 말라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지방에 계신 부모님들 전기차 선물할 때 지역별 보조금이 다르다는 것도 숙지해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친환경차로 전환하라고 국비를 털어 보조금을 내주는 와중에 정작 전기차를 사면 연금이 끊기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며 꼬집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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