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휴젤이 균주 훔쳐" 주장
ITC 제소하면서 3년여 법적 공방
오는 10월 최종심결서 마지막 판가름
증권가 "소송 일단락…불확실성 해소"
휴젤이 메디톡스가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전쟁' 2라운드에서 승기를 잡았다. 메디톡스는 앞서 승소한 대웅제약과의 1라운드에 이어 이번 휴젤과의 분쟁에서도 승리하면 국내 톡신 업계의 패권을 쥘 수 있다고 기대했으나 일단 좌절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메디톡스가 휴젤이 생산한 톡신 제제에 대해 자사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휴젤과 파트너사인 오스트리아 크로마파마, 그리고 양사의 합작 자회사인 휴젤아메리카를 제소한 사건에 대해 10일(현지시간) "최종 예비심결에서 특정 톡신 제품 및 그 제조 또는 관련 공정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경우 관세법 제337조를 위반한 사례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결정했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물품의 불공정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로써 2022년부터 3년여간 이어온 양사의 특허 공방은 휴젤이 승기를 잡게 됐다. 메디톡스는 앞서 대웅제약과의 소송전에서는 미국 ITC와 국내 법원에서 모두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을 인정받으면서 승리했다.
휴젤은 2018년 크로마파마와 함께 휴젤아메리카를 설립하고, 2022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의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등 미국 진출 시도를 진행해왔다. 보툴렉스는 지난 3월 삼수 끝에 FDA 승인에 성공했다. 메디톡스는 이와 관련해 2022년 5월 휴젤의 톡신이 자사의 톡신 균주를 도용해 만들어진 것이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려 시도한다는 이유로 ITC에 휴젤을 제소했다.
당시 메디톡스는 휴젤이 톡신 균주를 절도했을 뿐만 아니라 제조공정 등 관련 영업비밀도 도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이후 소송 과정에서는 ITC에 "균주 관련 문제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하는가 하면, 제조공정에 대한 쟁점까지 제소 내용에서 제외하면서 휴젤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제약업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 두 가지가 연이어 빠지면서 인력 유출 등 다소 부수적인 영업비밀에 대해서만 재판이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휴젤의 '침해 없음'으로 소송이 일단락되면서 북미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휴젤의 레티보는 빠른 시장 침투가 기대되며, 톡신 시장은 여전히 과점 시장으로서 안정적인 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양사의 주가도 전일 종가 대비 이날 시가 기준으로 휴젤은 14.08%나 상승한 데 비해 메디톡스는 2.57% 하락했다. 대웅제약 역시 개장 초 3.82% 상승했다.
이번 결정은 한 명의 행정법 판사가 결정하는 예비심결로, 오는 10월 6인으로 구성된 전체위원회에서 최종심결이 다시 나올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예비판결에 대해 큰 유감을 표하며, 위원회에 즉각 재검토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전히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불법 제품"이라며 "이번 결정은 전체위원회, 미국 항소법원 및 대통령 등 상급기관을 포함한 결정 절차 중 단지 초기에 해당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메디톡스-대웅제약 분쟁에서 최종판결 결과 대웅제약에 대한 제재가 크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 만큼, 메디톡스가 이번에는 반대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번 예비심결에서는 아예 지식재산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판단된 만큼 최종심결에서 결과가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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