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을 공모하고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0일 항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이 전 부지사 측은 수원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수원지법 내부 전산망에 1심 판결문은 아직 등록되지 않은 상태로, 이 전 부지사 측은 판결문 검토 없이 먼저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은 지난 7일 1심 선고 직후 "판결이 편파적"이라며 재판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현철 변호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주식담보 대출 여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대북사업을 시도했던 것인데, 재판부는 이런 정황을 모두 외면하고 검찰 의견서를 취사선택했다"며 "다음 항소심에서 평균적인 법관이 판단한다면 (1심) 결과는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쌍방울 그룹의 800만달러 대북 송금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500만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달러)을 김 전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해 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거액의 달러를 신고와 허가 없이 중국으로 밀반출해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것으로 봤다.
아울러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김 전 회장 등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을 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등 방식으로 약 3억34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지난 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에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대북 송금 의혹은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를 쌍방울이 대납하려고 했다는 점도 모두 인정됐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800만달러 중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된 금액은 394만달러다. 뇌물 가액은 약 2억5900만원 중 약 1억763만원, 불법 정치자금은 약 3억3400여만원 중 약 2억1831억원이 인정됐다.
앞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0억원을 구형했던 검찰도 조만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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