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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트렌드 2024]스토리는 맛있다…펀 다이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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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화 장면 콘셉트로 꾸며
음식으로 표현하는 메뉴 서비스
뮤지컬과 펍 결합 이색공간도
외식업계 맛은 상향 평준화 돼
콘텐츠 경험이 새 경쟁력 부상
2030세대의 성지로 떠올라

[최지혜의 트렌드 2024]스토리는 맛있다…펀 다이닝의 세계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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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가게를 방문하기 전 미리 ‘레드’라는 드레스코드를 부여받는다. 식당에는 외관은 물론 내부까지 영화 ‘화양연화’의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영화의 대표적인 소품인 호텔키가 접시에 놓여있고, 식당 곳곳은 붉은 장미로 장식되어 있다. 손님 앞에는 ‘스토리카드’가 놓여 있는데, 이는 영화의 결정적 장면이 담긴 카드다. 스토리텔러(사장님)는 카드를 활용해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하나씩 설명하고, 곧 그 장면을 음식으로 표현하는 메뉴가 서빙된다.


스토리텔러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음식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막이 내림과 동시에 식사도 끝이 난다. 조금은 특별한 이 식당의 이름은 연남동에 위치한 모던 다이닝바 ‘몽중식’이다. 최근 이처럼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재미’요소를 가미하는 다이닝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다.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경험이자 놀이가 되는 ‘펀 다이닝’의 세계를 살펴보자.


펀 다이닝의 첫 번째 현상은 콘셉트이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소비자를 세계관에 몰입시키는 콘셉추얼 인테리어가 핫플의 공식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신당은 요즘 제일 핫한 동네, 힙당동(힙+신당동)에 위치해있다. 기와를 얹은 목제 단상으로 만든 출입구에 촛불이 여럿 배치되어 있고, 볏짚으로 상부를 장식한 가게의 외관만 봤을 때는 마치 오래된 무당집 같다. 하지만 공간에 진입하는 순간 분위기는 달라진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칵테일바 내부를 장식한 가운데 보라색, 빨간색 등의 조명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신당은 오래된 술을 모시는 신당이라는 콘셉트로 2019년 문을 연 칵테일바인데, 최근 20·30세대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주신당을 만든 TDTD 장지호 대표의 4번째 외식브랜드이자 에스프레소 카페 ‘메일룸 신당’도 확고한 컨셉으로 화제가 된 곳이다. 에스프레소는 어디서든 마실 수 있지만 메일룸에서는 옛 유럽 우체국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색 바랜 벽지와 손때 묻은 소품이 오래된 세월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곳의 백미는 주문방식이다. 주문지에 메뉴명을 적어 건네면 번호가 적힌 열쇠를 주는데, 이 열쇠로 서랍을 열어 직접 메뉴를 가져가야 한다. 마치 오래된 편지를 마침내 받았을 때의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 판매하는 편지지와 우표를 구매해 편지를 쓰고 편지함에 넣으면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부쳐주기도 한다. 디지털을 넘어 AI를 말하는 시대에 역으로 아날로그 경험이 20·30세대를 이곳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다.


[최지혜의 트렌드 2024]스토리는 맛있다…펀 다이닝의 세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콘셉트에서 더 나아가 다이닝에 퍼포먼스가 곁들여지는 것도 펀 다이닝의 특징이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듣고, 보고, 즐기는 오감 만족 다이닝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한다. 손님이 테이블에 앉으면 58mm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셰프가 나타나 한 편의 요리쇼를 보여준다. 이때 테이블은 캔버스가 된다. 3D맵핑 기술을 이용해 손님이 주문한 음식에 따라 테이블은 때로는 숲이 되기도 하고, 농경지가 되었다가, 바다로 바뀌기도 한다. 요리사가 음식재료를 다듬어 조리한 후 접시에 담고 뒷정리를 시작하면 영상에서 봤던 요리가 손님들에게 서빙된다. ‘르 쁘띠 셰프’라고 불리는 다이닝 프로젝트는 필립 스텍스와 안톤 버벡이 운영하는 예술가 집단인 ‘스컬매핑’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는데, 국내에서는 2023년 10월 콘래드에서 선보였다.


좀 더 대중적인 형태의 연극, 뮤지컬과 식당, 펍 등을 결합한 F&B공간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언급한 몽중식은 설명의 형태였다면, 국내 최초로 뮤지컬과 펍을 결합한 이색공간 ‘뮤지컬펍 커튼콜’이 2023년 12월 혜화에 오픈했다. 뮤지컬과 캐주얼 다이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곳에서는 웨이터가 곧 배우다. 담당 테이블을 서빙하던 웨이터가 무대에 올라 ‘킹키부츠’, ‘렌트’, ‘웃는남자’ 등의 국내외 뮤지컬 넘버를 부른다. 입장 할 때 공연 티켓을 주거나 공간 한 편에 캐스팅 보드를 붙여놓는 등 공연장 분위기를 재현했는데, 요즘 2030세대의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연극을 보며 가벼운 술과 안주를 즐기는 ‘맥거핀 씨어터’, 뮤지컬을 테마로 한 코스요리를 제공하는 ‘몽드 샬롯’ 등 특별한 식사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2030의 최애식당은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펀다이닝 시장은 왜 확산하고 있을까? 국내 외식시장이 성장하면서 맛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어느 식당을 들어가도 어느 정도의 수준이 보장되는 시대다. 그러다보니 다이닝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맛’만큼이나 ‘경험’이 부상한 것이다. 최근 F&B시장에서는 ‘셰프’보다 ‘디자이너’를 찾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경험이 비싼 명품 백만큼이나 좋은 자랑거리가 되는 ‘경험의 과시재화’가 진행되면서 해당 식당이 가진 독특한 스타일이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 고물가와 경기 둔화의 영향을 지적해야 할 수 있다. 경제 불황으로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쓸데없는 지출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초저가 상품과 가성비에 집착하는 절약형 소비를 지향하는데, 한 편으로 이렇게 아낀 돈으로 한 번 먹을 때 제대로 즐기려는 보상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외식의 횟수는 줄이더라도 특별한 목적을 갖거나 가치를 두는 식사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응축 소비가 보편화 되고 있다.

식당이라면 모름지기 맛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맛과 무관한 차별화된 콘텐츠, 콘셉트, 예술, 세계관, 퍼포먼스가 있는지 묻고 있다. 외식업계의 펀다이닝 현상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공연과 예술이 뒤섞인 다양한 형태의 펀다이닝이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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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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