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되지만 시효가 지나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효연 판사는 한 전 총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국가정보원이 2009년 ‘특명팀’을 활용해 자신을 뒷조사하고 인터넷에 비방글을 올려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등의 불법 사찰을 했다며 3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찰행위 이후 5년이 지나 국가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국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 전 총리 측은 특수한 경우로 보고 소멸시효 적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개별 사안마다 소멸시효를 적용할지 여부와 그 충족 여부를 달리 판단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김 판사는 “이 소송의 궁극적 목적은 금전배상을 받기 위함보다는 원고에 대한 국정원 공작행위의 위법성을 법적으로 확인받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며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간부들이 이미 유죄 판단을 받은 사실을 거론했다.
지금 뜨는 뉴스
김 판사는 국정원법이 2020년 정치적 중립성을 골자로 전부 개정된 사실, 국정원장이 2021년 과거 불법사찰·정치개입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국가의 후속 조치 과정에서 상징적으로나마 한 전 총리의 정신적 손해가 어느 정도 메워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