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틈새시장 공략…현금흐름 추적키도"
연체율 ‘제로(0)’를 6년째 이어온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체가 있다. 윙크스톤파트너스는 2018년 소상공인 전문 P2P(개인 간 거래) 플랫폼을 설립한 후 지금까지 단 1건의 연체도 발생하지 않았다.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권 곳곳에서 가계·개인사업자 대출 부실 문제가 터지며 소란스러운 가운데 돋보이는 성과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서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를 만나 소상공인 대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건전성을 지킨 비결을 들었다.
‘연체율 0%’를 유지한 비법으로 권 대표는 “만성적인 자금난으로 고전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윙크스톤이 최근 주목한 수입차량 부품 소매시장이 대표적이다. 수입차가 정비소에 입고되면 정비소는 소매상에, 소매상은 다시 도매상에 부품을 요청한다. 도매상은 수입부품을 판매하는 즉시 소매상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정비소는 차량 수리부터 보험사 심사까지 끝난 뒤에야 소매상에 대금을 지급한다. 부품 판매와 정산대금 회수 사이 시차가 최장 2개월이라 소매업체들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권 대표는 “2조원 규모인 이 소매시장은 업계 특성상 현금이 늘 모자랄 수밖에 없다. 장사를 못해서가 아니다”며 “국내 수입자동차 점유율은 오름세인데 이 시장에 금융을 제공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을 포착, 소매상의 수입부품 매입대금을 대신 내주는 신용대출 상품을 설계했다”고 전했다.
동대문 패션 시장을 위한 의류 사입자금(의류를 미리 대량구매해두기 위한 자금) 대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패션 셀러는 동대문 도매상에 의류 매입자금을 즉각 지불하는 반면, 소비자에 상품을 판매한 대금은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에 사업이 성장해 사입 규모를 늘릴수록 셀러들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힘들어진다. 윙크스톤이 의류 사입자금을 위한 ‘선정산 후결제’ 서비스에 뛰어든 이유다.
윙크스톤은 소상공인 대출 중개에 그치지 않고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 ‘윙크스캐너’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예측력은 90%를 웃돈다. 권 대표는 “대부분 금융기관이 기존 직장인 신용평가모델에 몇몇 금융데이터를 추가해 소상공인 차주의 신용도를 평가하는데, 이 방법은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기업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기법을 소상공인에 적용하는 개념을 제시했다. 소상공인의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기 위해 과거 매출 추이를 품목별로 추적하고, 비용은 변동비와 고정비를 나눠 분석하는 것이다. 산업 분석을 통해 경쟁요인을 판별하는 건 물론, 물가상승률 등 거시경제 지표를 모델에 집어넣기도 한다.
권 대표가 소상공인 대출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인문학이 있다. “대학 시절 사학을 공부했어요. 정치가 발전한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소수였지만 차츰 여러 사람이 권력을 나눠 가지잖아요. 금융도 비슷한 흐름을 따라간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엔 은행이 기업금융 위주로 취급했지만 직장인 소매대출이 열리더니 요즘은 개인이 건물 조각투자 같은 대체투자도 해요. 금융의 민주화 단계로 진입한 거죠. 이제는 돈을 못 빌리던 사람에게도 대출을 내줄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건국 이래 소상공인은 늘 금융 사각지대에 있었잖아요?”
이 같은 생각이 구체화된 건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일할 당시 미국에서 현지 금융기관을 감사하면서다. 권 대표는 “깜짝 놀란 게, 미국 금융기관은 소상공인 대출을 많이 취급했다”며 “또 놀란 게,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동산담보대출은 부실화됐지만 소상공인 대출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70년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소외된 소상공인이 합당한 금리의 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창업을 결심했다”며 “미국 하면 ‘아메리칸드림’이 떠오르듯, 한국도 금융시스템이 발달하면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갖추고 성공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윙크스톤은 앞으로도 ‘돈맥경화’를 뚫는 방식으로 상품을 다양화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구체적으로 의약품 영업사원의 수당이나 주유소의 유류매입자금을 미리 지급하는 상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적으론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할 것”이라며 “신용평가 자회사를 세우고 동남아시아에 신용평가모델을 수출할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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