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합동공연 환불수수료 면제에 취소표 쏟아져
공연·광고 등 수십억원 손실 불가피
김호중, 소속사 대표 출국금지
트로트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공연을 강행했지만, 남은 공연과 광고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십억원의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40억 공연 취소표 속출…“김호중이 수수료 부담하기로”
김호중은 지난 9일 서울 강남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후 "술집에 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며 줄곧 음주운전 의혹을 부인해왔다. 지난 11·12일 고양 공연과 18·19일 창원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했으며, 사건 발생 열흘 만인 19일 혐의를 시인했다. 창원 공연까지 끝난 후에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만약 4회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면 티켓 판매에 따른 수익 40억원 정도를 날리는 상황이었다.
그는 오는 23·24일 서울 KSPO돔에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도 강행한다. '수퍼클래식'은 세계 4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빈 필, 독일의 베를린 필, 미국의 뉴욕 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현역 단원들이 연합해 하나의 팀으로 공연을 펼치는 공연이다. 지난 3일 예매 오픈 당일 2만석 전석 매진됐다.
하지만 그가 음주운전 뺑소니 의혹에 휩싸이자 지난 16일 공연 주최사인 KBS는 주관사 두미르에 김호중의 대체자를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KBS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최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했다. KBS 교향악단도 김호중이 출연하는 공연에는 오르지 않기로 했다.
당초 관람 1~2일 전까지 티켓 취소 수수료는 금액의 30%였지만, 주최 측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환불 정책을 바꿨다. 수수료가 면제되자 21일 현재 6500석 가량의 취소표가 발생했다. 전체 좌석의 3분의 1 가까이 취소된 것이다. 두미르 측은 "김호중이 출연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공연을 취소할 수 없다"며 "이미 출연자들에게 출연료가 지급됐다"고 전했다. 이 공연 티켓 가격은 15만~23만원으로, 만석 기준 예상 매출액은 40억원 수준이었다. 김호중이 티켓 취소 수수료를 본인이 모두 부담한다고 하면 전 좌석 취소 수수료 만으로 12억원 정도를 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공연 매출 손실액과 이로인한 손해배상 등은 별도다.
다음 달 1·2일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김호중의 콘서트도 공동 주최사인 SBS미디어넷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공연 취소 가능성이 커졌다. 파장이 큰 만큼 김천시가 공연장인 김천실내체육관 대관 취소 조처를 내릴 가능성도 나온다. 공연이 취소될 경우 티켓 예매 금액을 환불하고 공연장 대관비, 인건비, 장비 대여료 등 실비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십억 위약금 후폭풍 맞나
김호중은 현재 마사지기와 이어폰 브랜드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데, 논란이 불거지자 두 회사 모두 김호중의 얼굴이 담긴 광고 게시물을 내렸다. 업계에 알려진 김호중의 모델료는 2억원 수준.
통상 광고계약서에 ‘법령 위반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를 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명시된다. 위약금의 경우 비공개 계약이 전제되기에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광고나 작품 계약 시 법령을 위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약 2~3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게 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광고 2편에 대한 위약금만 10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방송가에서는 김호중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KBS 측은 지난 17일 '편스토랑' 해당 회차 우승자 김호중의 방송분을 통편집했다. 편의점 GS25는 이후 우승 메뉴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전면 철회했다.
돌아서는 팬심도 무섭다. 탄탄하던 온라인 팬클럽 카페 '트바로티' 회원도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인정하자 300명 이상 탈퇴했다. 김호중은 뒤늦게 음주운전을 실토한 후, 카페에 "모든 결과가 나온 뒤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겼다. 자숙 대신 사실상 복귀를 시사한 것이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를 치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으로 입건됐다. 사고 3시간 뒤, 매니저 A씨가 김호중이 입었던 옷을 입고 경찰서에 나타나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사고 17시간이 지난 뒤 경찰에 출석한 김호중은 자신의 운전을 시인하면서도 음주운전 혐의는 부인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김호중이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받았다.
김호중은 사고 전 최소한 두 번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일행 5명과 강남구 식당에 들러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주문했다. 이후 유흥주점에 갔고,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그런데도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그는 지난 19일 “음주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저희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게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경찰은 김호중을 비롯해 소속사 대표 등 4명을 출국금지 했다. 김호중은 21일 오후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그가 사고와 관련한 조직적 은폐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계획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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