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기업이 네이버에 지분 매각 등을 압박하는 '라인야후 사태'에 정치권이 나섰다. 다만 한일 관계와 기업 이익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의원들도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의 압박을 받은 라인야후가 네이버 축출에 나섰다"며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정부가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는 적성국에 버금가는 반시장적 조치"라며 "네이버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면서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도 정부 비판에 나섰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단지 대주주 간의 경영권 분쟁이나 지분 협상이 아니라 한국 기술을 일본에 빼앗기는 문제"라며 "정부는 반드시 일본의 ‘라인 침탈’을 막고 한국의 기술을 지켜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일 관계 정상화는 대일 굴종 외교의 다른 이름"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에 항의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할 줄 모르는가"고 밝혔다.
한일 양국 의원이 직접 만나기도 했다. 윤 의원을 비롯해 한일 의원들은 지난 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세종연구소가 주관한 '한일 전략포럼'에서 만나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된 양국 입장을 공유했다. 윤 의원은 "일본 측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일본 정부에 가서 (한국 측 입장을) 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與野, 정부 질타하지만…"쟁점화는 부담"
다만 여야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구체적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반일을 강조하던 야당 공세도 강하지 않다. 의원들은 한일관계와 기업의 이익 등이 걸려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은 "정부가 물밑에서 일본 정부와 협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라인야후 사태를 쟁점화하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버 측에서 입장이 곤란하니 시간을 달라는 견해를 전했다"며 "이번 네이버의 경우처럼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외교 문제에 끼어 있으면 (국회가) 나서기 힘들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과 생존의 문제이지 않나"고 설명했다.
일본의 문화가 한국과 다른 것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한 이유다. 일본은 2016년이 돼서야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마이넘버' 제도를 도입했다. 이마저도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자리 잡는 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윤 의원은 "일본은 민감을 넘어 '초민감' 한 사회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해외서버가 개인정보를 관리한다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론이 있었다"며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일본 정부에 명분을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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