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월 한시적 시범 시행
숙박 않는 관광객에 부과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베네치아가 25일(현지시간)부터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한다.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 7000원 부과…1박 이상 머물 땐 무료 입장·입장료 내지 않을 시 과태료
과잉 관광(오버 투어리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시범 도입된 이 제도는 이탈리아의 해방 기념일인 이날을 시작으로 올해 4월 25일~7월 14일까지 이탈리아의 공휴일과 주말을 중심으로 총 29일간 시행된다. 따라서 베네치아에 숙박하지 않고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관광객은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000원)를 내야 한다. 베네치아 역사지구 거주자, 업무·학업·의료 등 사유로 방문하는 사람,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 주민과 14세 미만 청소년, 장애인도 입장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안내에 따라 입장료를 결제하면 QR코드를 내려받을 수 있다. 1박 이상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무료 QR코드가 발급된다.
시 당국은 산타루치아역 등 베네치아 주요 지점에 검사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관광객의 QR코드를 무작위로 검표할 예정이다. 입장료를 내지 않았다가 검사원에게 적발되면 50~300유로(약 7만~4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치솟는 집값·사생활 침해·세계유산 훼손에 고육지책…일각선 실효성에 관한 지적도
시 당국은 공휴일과 주말에 입장료를 부과해 비교적 한산한 평일에 관광객이 방문하도록 유도하여 인파 분산을 꾀했다. 또 겨울철 비수기에는 입장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실험"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베네치아를 더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이자 아름다운 물의 도시로 불리는 베네치아는 지난해 2000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네치아엔 성수기에 하루 평균 4만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정작 베네치아 주민들은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에 밀려 떠나는 주민이 늘어나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13만명 이상이었으나 지난해 8월 기준 5만명 미만으로 줄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베네치아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오를 뻔한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시 전체가 거대한 관광 세트장으로 변해가자 베네치아 당국이 결국 고육지책을 펼친 셈이다. 세계 주요 도시 중 베네치아가 최초로 입장료를 도입했다며 오버투어리즘으로 고민하는 다른 도시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입장료 5유로가 관광객 수를 억제하는 데 충분한 금액인지에 관해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또 마치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처럼 입장료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베네치아가 '디즈니랜드'가 됐다는 조롱도 나온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