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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 “예측 어려워진 기후…예보 역량 강화로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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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접목 강수예측모델 개발 추진
양자컴퓨터로 예보정확도 향상 기대
맞춤형 기상서비스 플랫폼도 개발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상청 레이더 기지가 있는 관악산을 바라보며 보라매공원에서 걷기를 합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유희동 기상청장은 산책을 즐기는 시민 곁에서 함께 걸으며 이렇게 말했다. 스트라이프 셔츠와 넥타이 차림의 그는 정장 상의를 왼쪽 팔에 걸친 뒤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기상청 서울청사는 서울 서남부 산책 명소인 보라매공원과 직선거리로 100m 남짓이다. 걷기 운동에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 24시간 긴장하며 지내야 하는 기상청의 수장. 분 단위로 쪼개서 삶을 살아가는 유 기상청장에게 허락된, 삶의 여유 시간은 많지 않다. 가끔 기상청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보라매공원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 “예측 어려워진 기후…예보 역량 강화로 맞서야”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이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걷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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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기상청장은 어렸을 때부터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몸에 좋다는 각종 음식 등 먹어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유 기상청장에게는 나름의 건강 비법이 있다. 바로 ‘절’이다. 108배 등 절도 제대로 하려면 쉽지 않지만, 취미처럼 즐기기에 거뜬히 해낸다. 절은 정신적인 긴장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기회가 있을 때 보라매공원을 걷고, 절을 하며 건강을 챙기는 이유는 기상청 존재 이유와 맞물려 있다.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정부 기관 중 하나인 기상청. 대다수 국민은 매일 기상청 판단에 주목하며, 삶의 선택을 이어간다. 정부 기관과 기업 등의 여러 결정에도 기상청 판단은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기상청 판단에 담긴 정보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그곳 수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상청은 외로운 조직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예보에 성공하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간혹 예보가 틀리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 “예측 어려워진 기후…예보 역량 강화로 맞서야”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이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걷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기상청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공무원이 사직서를 들고 유 기상청장을 찾아온 일이 있다. 기상 상황에 관한 책임을 지고자 정든 일터에서 떠나는 선택을 하려 했다. 30년이 넘도록 기상청에서 일한 유 기상청장이 그의 심적인 부담을 모를 리 없다. 유 기상청장은 다시 함께 길을 걷자는 취지로 후배 손을 잡았고, 그의 마음을 되돌렸다.


날씨는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주인공은 "지금부터 하늘이 맑아질 거야"라는 기도와 함께 빗줄기를 멈춰 세웠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영화 속 장면이다. 기상청은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요구받기도 한다.


날씨가 우리 삶에 더 깊이 다가올수록 기상청이 짊어질 부담의 무게도 커진다. 유 기상청장은 공감의 리더십으로 조직을 견인하며, ‘날씨의 아이’ 주인공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전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유 기상청장과의 일문일답.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 “예측 어려워진 기후…예보 역량 강화로 맞서야”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취임 2년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취임사가 기억나는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빠르게 흘렀다. 2022년 8월 8일 신림동 반지하 침수로 인해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고, 같은 해 태풍 힌남노로 발생한 경북 포항의 아파트 침수 사건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위한 일환으로 집중호우 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기상청이 직접 ‘호우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신속히 위험정보를 알리는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 작년 여름 수도권에 처음 시행했고, 올해는 광주·전남, 대구·경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점진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긴급재난문자 확대로 집중호우 시 20분 정도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는데.

▲긴급재난문자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매우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인 만큼, 조속히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강한 비가 내려 시설이나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읍·면·동으로 발송돼 즉각적인 안전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40dB 이상의 큰 경고음을 동반한다.

지방청 예보관과 본청 예보관이 모두 확실하게 검토하고 확인해야만 발송할 수 있도록 크로스체크 기능을 갖추고 있고,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만 정확히 발송되도록 관련 시스템을 구비했다.


-지진재난문자도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공공안전과 대응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예측 불가능한 지진 발생의 경우, 어디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도 국민에게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중요하다. 이에 지진 발생 시 진도 정보를 충분히 고려하여 실제 진동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지역에만 재난문자를 보내는 것을 추진 중이다.

시·군·구 단위로 세분된 지진정보가 발송되면, 국민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맞춤형 지진재난 대비를 가능하게 하며,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패턴 예측이 쉽지 않은데.

▲기본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기상예보의 3대 요소인 기상관측자료의 확충 및 고품질화, 수치모델 성능 향상 그리고 예보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추가로 동아시아 여름철을 지배하는 기압계 분석을 위해 ‘북태평양고기압 집중관측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예보시스템에 접목해 독창적 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 “예측 어려워진 기후…예보 역량 강화로 맞서야”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상 예보와 관련한 기술도 발전하고 있는데.

▲장기간 관측데이터와 오랫동안 예보관의 의사결정 과정을 객관화한 개념모델을 보유하고 있고,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와 트랜스포머 기술을 통해 강수예측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집중호우 개념모델, 지역강수 유형 의사결정지원을 위해 AI 기술을 기반으로 위험기상 인지·판단 솔루션 및 과거 유사사례 검색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또한 기상청은 국민에게 제공되는 예보 및 특보 등의 기상정보를 생산하고, 통보하기 위해 예보관이 사용하는 ‘선진예보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기상예보에 양자컴퓨팅이 도입되면서 어떤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현재 기상·기후 수치예보모델은 CPU 체계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하드웨어와 부속장치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어, 확장성에 있어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컴퓨팅 체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 양자컴퓨터, 인공지능의 상호 보완적 활용에 대한 준비가 장기적으로 고전컴퓨팅의 한계를 돌파하고 기상청의 예보정확도와 비상 대응 역량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기상기관 간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2007년부터 WMO 집행이사국으로서 기후위기 시대에 UN 핵심과제인 재해기상 조기경보 체계 구축, 전지구온실가스감시 등 글로벌 기상·기후 정책 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WMO 지역훈련센터(RTC-Seoul) 운영, 역량개발 신탁기금 기여,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WIS 2.0) 등 다양한 프로그램 수행을 통해 회원국 역량개발과 국제사회에 기여했다.


-수요자 맞춤형 기상서비스 제공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역, 시간 및 원하는 기상요소를 선택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교통분야는 2018년 영동고속도로를 시작으로 CCTV 영상을 분석해 비·눈·안개 현상을 판별해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기후변화적응과 도시로의 인구집중과 같은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보다 다양하고 상세한 기상정보를 요구받고 있다. 지속적인 예산확보와 전문인력확충 등 어려움이 있겠지만, 미래세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다.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 “예측 어려워진 기후…예보 역량 강화로 맞서야” 만보정담-유희동 기상청장이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걷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유희동 기상청장은…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졸업 ▲미국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박사 ▲기상청 예보국 예보상황과장·수치모델개발과장 ▲기상청 예보국 예보정책과장 ▲국립외교원 글로벌리더십과정 파견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기상청 기상서비스진흥국장 ▲기상청 관측기반국장 ▲기상청 예보국장 ▲기상청 부산지방기상청장 ▲기상청 기획조정관 ▲기상청 차장



대담=류정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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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유병돈 기자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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