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미 사법 제도 허점 적나라하게 드러내
미식축구·영화계 스타에서 살인 혐의로 추락
1970년대 미(美) 프로 미식축구(NFL) 최고의 러닝백으로 활약했지만, 이혼한 전처(前妻)를 잔인하게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으로 전락했던 O. J. 심슨이 사망했다. 1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심슨이 암 투병 끝에 76세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심슨은 1970년대 미식축구 슈퍼스타로 큰 사랑을 받으며 영화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에 출연하기도 했다. 흑인인 그는 인종차별을 극복한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전 부인과 연인이 1994년 6월 자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심슨의 삶이 바뀌었다. 그는 즉시 용의자로 지목됐다.
1970년대 미(美) 프로 미식축구(NFL) 최고의 러닝백으로 활약했지만, 이혼한 전처(前妻)를 잔인하게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으로 전락했던 O. J. 심슨이 사망했다. 1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심슨이 암 투병 끝에 76세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심슨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재판을 받았고 치열한 공방 끝에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초호화 변호인단을 앞세운 심슨은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유무죄 판단과 관련, 미국 사회에선 흑인과 백인의 의견이 엇갈리며 논란이 커졌다. 당시 심슨은 지지했던 흑인들은 그를 수사기관의 피해자로 봤다.
무엇보다 심슨 사건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배심제'라는 형사 사법 제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슨의 변호인단은 배심원 12명 중 9명이 흑인이라는 점을 공략 포인트로 삼아 집요하게 '경찰의 인종차별' 문제를 파고들었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눈앞의 증거물보다 변호인단이 펴는 감정적 수사법에 휩쓸리기 쉬웠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심슨이 범인이라는 상당한 과학적 증거와 정황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심원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면서 "이 재판은 사법재판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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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인 장갑은 '20세기 가장 큰 법적 실수'로 남았다. 검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장갑을 심슨에게 착용해보라고 했다. 완벽하게 들어맞아 그의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에서 심슨은 장갑이 작다며 착용을 힘겨워했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아울러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인 장갑은 '20세기 가장 큰 법적 실수'로 남았다. 검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장갑을 심슨에게 착용해보라고 했다. 완벽하게 들어맞아 그의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에서 심슨은 장갑이 작다며 착용을 힘겨워했다. 형사 사건과 별개로 진행된 민사 사건에선 심슨의 책임이 인정됐지만 심슨은 계속해서 결백을 주장했다. 재산이 압류됐지만, 대부분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후 심슨은 한 호텔에서 강도, 납치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9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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