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까지 22대 총선 패배로 사의를 표명하자 과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임명된 지 4개월 된 ‘초짜’ 수석비서관이 대통령실 참모진 공동 책임으로 물러날 경우 또 다른 과학 홀대라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초대 과학기술수석이 이대로 낙마한다면 과학 분야 육성에 또다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수석은 전날인 11일 대통령실 다른 수석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22대 총선 패배에 대한 대통령의 국정 쇄신에 동참한다는 결정이다. 박 수석의 사의 표명은 임명 후 77일 만이다.
박 수석은 취임 후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증액을 약속하는 등 과학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활동해 왔다.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말 첫 현장 행보로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정부와 과학기술계 사이에서 역할을 잘 수행해서 대통령이 성공한 과학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 수석은 과기정통부 출입 기자와의 간담회에서는 "내년 R&D 예산의 엄청난 증액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학계가 느끼는 위기는 박 수석 사의가 끝이 아니다. 전면 쇄신 개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정책 공백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과기정책 책임자들을 바꾸는 건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R&D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여전한 만큼 현장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선 적극적이고 추진력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가 시행하는 R&D 사업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연구생활장학금을 지급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공계 석박사 대통령 장학금 지원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과학계 원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국회가 성급하게 뜯어고친 연구개발 정책을 정리하는 일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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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다. 정책 담당자에게 정치적인 책임을 지우는 건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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