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동 강령에 의해 위문품 받을 수 없어
경찰, 즉시 반환…소방은 기부심사위원회 신고
익명의 시민이 광주 지역 경찰서와 소방서 등 관공서 곳곳에 보낸 '꽃게 위문품'을 두고 당국이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8일 광주경찰청과 광주소방본부 등은 이날 오전 6~8시께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 소방안전센터 등에 2㎏짜리 꽃게 상자 배달됐다고 전했다. 경찰의 경우 남부경찰서를 제외한 4개 서(서부·북부·광산·동부) 지구대와 파출소, 기동대 1곳 등 총 24곳에 '꽃게 위문품'이 도착했다. 북부경찰서의 경우 퀵을 받은 즉시 반납 조치했다. 소방서도 남부를 제외한 4개 구 안전센터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병원과 보육시설 등 총 280여 곳에 퀵과 택배 형태로 꽃게가 전해졌다.
상자 위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도 붙어있었다. 편지에는 "저희를 위해 항상 수고하시는 소방관님과 경찰관님께 작지만, 마음을 담아 활암꽃게를 준비했다"라고 적혀있었다. 기부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농수산물이므로 김영란법에도 걸리지 않는다. 편하게 드시라"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기부자의 마음과는 다르게 경찰은 이를 위문품으로 보고 즉시 반환 절차에 들어갔다. 공무원 행동 강령 제21조(수수 금지 금품 등의 신고 및 처리)에 의해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은 위문품을 받을 수 없으며, 수령할 경우 즉시 반환해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위문품은 다른 기관에 기증할 수도 있지만, 이번 사례는 산 꽃게인 탓에 그 과정에 상할 수도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들어 기부자의 소재를 파악한 경찰은 지구대 등으로부터 꽃게를 수거해 모두 반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전한다"면서도 "규정과 법률을 검토해보니 기부자의 의도대로 처리할 수 없는 물품인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전했다.
소방의 경우 최대한 기부자의 뜻을 존중하고자 기부심사위원회에 이를 신고하고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소방 관계자는 "기부심사위원회에서 '통과' 결정이 날 경우 기부자의 원래 뜻대로 각 서 관계자들이 맛있게 식사하거나 나눠가질 수 있다"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상하지 않게 냉동 보관해둘 예정이다. 만일 안 된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그때 반환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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