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우리의 지지는 무조건적이지 않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줄곧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해온 서방 세력들이 민간인 피해 확산에 강경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캐머런 장관은 이날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을 두고 "자랑스럽고 성공적인 민주국가가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국제 인도법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월드센트럴키친(WCK) 구호 트럭 폭격 및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대량 사망을 둘러싼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논란을 정면으로 저격한 셈이다.
그는 또 "가자지구에서 대량 기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스라엘 정부에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이 반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영국이 미국, 키프로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가자 해안가에 새로운 임시 부두를 설치해 신속하고 안전한 원조를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미국, 독일 등과 함께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를 강력히 지지해온 우방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1일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WCK 구호 트럭 오폭 사건을 계기로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폭격으로 숨진 WCK 구호 요원 7명 중 3명이 영국인으로 확인됐다.
다른 주요 서방 국가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도 WCK 사건을 기점으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과 전반적인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대(對)이스라엘 정책 변경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맹방 독일도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인도주의 조처를 촉구하면서 "더는 변명하지 말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외신들은 캐머런 장관의 이번 경고가 영국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지속 여부를 놓고 논쟁이 불거진 가운데 나왔다는 점을 짚었다. 이날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영국에선 3명의 전직 대법관을 필두로 600여명의 법조계 인사가 이스라엘 정부에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가디언 여론조사에 의하면 영국 국민의 56%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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