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대만 등 해외까지 확산하고 있는 고바야시제약의 ‘홍국(붉은 누룩)’은 쌀이나 기타 곡물에서 발견되는 곰팡이 일종으로, 주로 술이나 발효 식품 제조에 많이 사용된다. 또 발효 과정서 생성된 특정 곰팡이가 이름처럼 붉은색을 내기 때문에 식품 착색료도 이용됐다.
붉은 누룩은 혈행을 개선하는 한약재로도 많이 활용됐는데, 동의보감에도 피를 잘 돌게 하며 끈적끈적한 피인 어혈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고 기록돼 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의 보조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붉은 누룩이 생성하는 화합물 중 하나인 모나콜린K와 로바스타틴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가 확인된 덕분이다. 또 붉은 누룩에 포함된 항산화 물질이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 과정을 늦추며 만성 피로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모나콜린 K는 일부 사람들에게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근육 통증 및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라보독스타틴과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붉은 누룩 균 중에는 ‘시트리닌’이라는 곰팡이독을 만드는 성분이 신장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일본에서 붉은 누룩 파문을 촉발한 건강기능식품은 ‘홍국 콜레스테 헬프’ 등 3종이다. 일본에서만 해당 건강보조제를 섭취한 5명이 사망하고 입원환자가 114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입원자들은 대부분 해당 제품을 2~3년간 복용해 왔으며, 사인은 급성신부전증이었다. 최근 대만에서도 고바야시제약의 홍국 원료를 사용한 건강보조제를 섭취한 6명이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한국·중국 등 주변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에서 강제회수 명령이 내려진 고바야시제약 건강기능식품 5개 제품에 대해 관세청과 함께 수입 통관 과정에서 차단되도록 했다. 또 이 회사의 붉은 누룩 원료 사용을 이유로 일본에서 자진회수 중인 다른 회사 제품에 대해서도 통관 단계 검사를 강화하고 국내 플랫폼 기업들과 협력해 판매 글이 게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 이와함께 일본에서 붉은 누룩을 원료로 하는 식품을 수입하는 경우 해당 제품이 고바야시 제약에서 제조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수입자가 증명하도록 조치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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