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간 이탈리어로 강론
전날엔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예식 불참
최근 건강 우려가 제기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 대축일(부활절) 전야인 30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부활 성야 미사를 집전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초에 불을 밝히는 의례 뒤 교황은 10분간 이탈리아어로 강론했으며, 큰 어려움 없이 말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전 세계에서 온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부활 성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도착했다. 교황청은 앞서 이날 교황이 이번 미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세상의 "이기심과 무관심의 벽"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증오의 잔혹함과 전쟁의 흉포함에 부서진 평화의 염원"을 한탄했다. 이후 8명의 성인에게 세례를 줬다.
올해 87세의 교황은 최근 감기와 기관지염에 시달렸다. 이에 일부 일정을 취소하거나 강론을 건너뛰기도 했다. 전날 진행된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렬에 불참했다. 십자가의 길 예식은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사건을 돌아보며 기도하는 예식이다.
교황은 당초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한 예수를 재현하는 십자가의 길 행진 예배와 묵상을 집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교황청이 교황이 바티칸 관저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바티칸의 한 소식통은 AFP통신에 "그의 건강에 대해 특별한 우려는 없다"며 성 금요일 행사에 교황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조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에도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십자가의 길 행렬에 불참했다. 당시 교황청은 평년보다 추운 날씨에 이뤄지는 야외행사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시작으로 오는 31일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성주간은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인식되는 만큼 예식이 빼곡하다.
교황은 앞서 성목요일인 28일에는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휠체어를 타는 대신 지팡이를 짚고 입장해 직접 준비한 원고를 읽는 등 한결 건강해진 모습으로 신자들을 맞았다.
또 같은 날 로마 교외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의 발을 직접 씻겨주는 세족례를 하기도 했다. 수요 일반알현에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으로 각각 딸을 잃은 양국 가장의 알현을 받기도 했다.
31일에는 부활절 미사와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가 예정돼 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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