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지구 자전 속도를 달라지게 하면서 인류의 시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AFP·AP 통신 등 외신은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덩컨 애그뉴 연구팀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지구의 자전 속도가 기존에 예측했던 것보다 느려지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아 극지방 빙하에서 흘러온 물이 적도 쪽으로 이동하면서 지구의 모양이 더욱 구형에 가까워지고,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회전 중인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머리 위로 모아 돌다가 어깨 쪽으로 내리면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자전 속도로 변화로 인한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2029년경 세계 시간을 인위적으로 1초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를 측정하는 시간은 지구의 자전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데, 자전 속도는 여러 복합적인 자연현상으로 조금씩 달라진다. 이 때문에 원자시(원자시계 측정)와 천문시(천문 현상 기준) 간 차이가 생기자, 국제도량형국(BIPM)은 1972년 ‘윤초’ 개념을 도입했다.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과 비슷한 원리로, 자전 속도 변화로 인해 누적된 시간차가 0.9초 이상이 되면 그해의 말일 또는 6월30일의 끝에 1초를 더하거나 빼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1972년 도입된 윤초는 지금까지 27차례 시행됐으며, 지금까지는 모두 1초를 더하는 '플러스 윤초'가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 지구 내부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지구 자전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사상 처음으로 기존 시간에서 1초를 빼는 '마이너스 윤초'가 오는 2026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여기에 지구온난화라는 인위적 요인이 개입되면서 당초 2026년 시행될 것으로 마이너스 윤초 도입이 2029년으로 미뤄지게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윤초는 너무 짧아 우리가 체감하긴 어렵지만, 주식 거래 등 정교한 시간 설정이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이나 위성항법 등에서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마이너스 윤초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만큼 많은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재설정해야 하고, 예측하지 못한 오류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마이너스 윤초가 미뤄지는 것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반응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의 애그뉴 교수는 "인간이 지구 자전을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라고 말했다. 영국 리버풀대 기후학자 크리스 휴즈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에 중대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매우 분명한 척도"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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