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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월세로 전환"…공시가 하락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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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보험한도 감소→전세의 월세화 가속
"보증보험 무력화, 무주택자 고통↑"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주정현씨(29·가명)는 최근 전세를 구하러 나섰다가 임대인의 급작스러운 통보에 반전세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임대인은 계약 직전 주씨에게 연락해 "공시가격이 하락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보험) 가입 한도가 줄었다"며 "전세보증금을 보험 가입 한도까지만 받는 대신, 차액을 월세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전세 조건은 보증금 약 2억6000만원에 월세 7만원이었다. 주씨에게 부담되는 계약은 아니었다. 다만 계획에도 없는 월세살이를 해야 할지를 두고 주씨는 밤잠을 설쳤다.


"울며 월세로 전환"…공시가 하락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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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피스텔,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서민 주택의 공시가격이 내려가면서 주씨와 같은 세입자들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보증보험을 통해 전세보증금 전부를 온전히 보호받는 것을 포기하거나, 반전세로 계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오피스텔·빌라의 공시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비(非)아파트 전세민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피스텔 공시가 5% 하락…빌라도 상승률↓

26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지난해 대비 4.77% 하락했다.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2005년 첫 고시 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추락했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함께 지난해 전세사기 사태가 닥치면서 매매가가 떨어진 탓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을 따르지만 오피스텔이나 상업용 부동산은 국세청장이 별도로 결정·고시한 기준시가를 따른다.


"울며 월세로 전환"…공시가 하락의 나비효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다른 서민 주거 사다리인 빌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빌라, 아파트 등이 포함된 공동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안)은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대비 평균 1.52% 올랐다. 이는 공동주택 공시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5년 이래 6번째로 낮은 변동률이다. 절댓값 기준으로는 3번째로 낮다. 공시가는 매매가에 공시가격 현실화율(공동주택 기준 69%)을 곱한 값이다. 매매가가 오르면 공시가가 오르고 매매가가 내리면 공시가도 하락한다.


지난해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으로 매매가가 내려간 빌라의 공시가격은 전체 공시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전세사기가 속출했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빌라(290-20)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억4200만원에서 올해 1억3600만원으로 4.2%(600만원) 내렸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한 빌라(397-3)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억1000만원에서 올해 1억700만원으로 2.7%(300만원) 줄었고, 양천구 신월동의 한 빌라(530-15)도 같은 기간 2억800만원에서 2억500만원으로 1.5%(300만원) 떨어졌다.

공시가 기준으로 전세보증보험 한도 산출

공시가격이 내리면 전세보증보험의 보증 한도가 줄어든다. 전세보증보험의 한도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지난해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빌라 전세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낮췄다. 또 주택 가격 산정 시 공시가 적용 비율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추면서 공시가의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전세가율 90%)까지만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보증보험의 한도가 줄어들면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닥친다. 기존 전세보증금을 유지하거나 시세만큼 더 받기 위해서는 보증보험의 한도를 넘어서는 부분만큼을 월세로 돌려야 한다.


"울며 월세로 전환"…공시가 하락의 나비효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집주인, 전세보증금 유지 위해 한도 추가분 월세 전환

이런 집주인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시가는 앞으로 시세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빌라 공시가격이 하락하거나 저평가되는 경우 세입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새로운 세입자가 기존 전세금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할 수 있어,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이 보호가 안 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권 교수는 "임대인은 보증보험 한도까지만 보증금을 받고 나머지 보증금은 월세화할 수 있다"면서 "월세는 소멸성이라 그만큼 세입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아파트 공시가격 하락세는 전세민의 월세 전환을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미 빌라 시장에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하락이 이를 더 가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시세와 공시가격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부분이 월세 형태로 전환되는 형태가 새로운 스탠더드가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가 하락하면서 전세보증보험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 환경은 악화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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